기고-45분마다 한 명씩 자살, 우리사회에게 보내는 SOS
기고-45분마다 한 명씩 자살, 우리사회에게 보내는 SOS
  • 이옥수
  • 승인 2008.09.17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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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다. 지난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며칠 앞두고 밝고 지적인 이미지로 널리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유명연예인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얼마 전 가정까지 꾸린 이 스타부부는 누가 보기에도 남부럽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우리들의 충격은 그 만큼 큰 것 같다.  세상의 눈들은 젊은 유명연예인의 죽음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 작은 것에도 불을 켜고 있다. 부부의 불화설을 비롯해 사업실패로 인한 경제난, 건강악화설 등이 거론되었으나 죽음에 이른 원인은 고액의 사채 빚으로 결론되어 지는 듯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느 자살자의 죽음이 그러하듯이 이 사람의 죽음에도 법칙과 같은 과정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즉,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살에 이르는 고통의 목소리를 전했던 것이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살고자하는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여, 그 과정에 개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이 임상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또 하나의 공통된 현상은 외부와의 단절인데, 이 과정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지지 않고 외부와의 소통이 이루어진 후 단절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도움뿐 만이 아니라 자살기도자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자살 기도자가 자살자의 20배에 달하는 통계 속에서 더욱 그 의미가 커질 수 있다. 즉 자살에 이른 연예인 외에 20배 이상의 유명연예인이 자살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사회는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고 하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오죽 했으면 목숨을 끊었겠어"라며 떠나간 사람을 동정하기도 한다. 물론 자살자의 대부분은 가장 극심한 고통 속에서 인생을 마감한다. 그 고통의 안으로 들어 갈수록 자살자의 아픔이 전해져와 마음 한쪽을 아리게도 한다. 그러나 자살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 남겨진 고통은 온전히 자살자 가족과 친지들의 것이 되고 만다.
 한 사람의 자살로 인해 최소한 6명 이상이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제 우리 사회도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아픔마저 드러내놓지 못하게 되는 우리 사회의 풍토는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살 가족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민성길 교수(연세대 신촌세브란스 병원 정신과)는 자살 기도자들을 향해 "자살을 시도하기 직전에 전화를 걸어보라"고 조언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으로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는 사람에게 그 누군가의 목소리는 희망의 불빛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핫라인으로 불리는 생명의 전화(1588-9191)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큰 의미를 발휘한다. 자살에 이르는 순간의 고통을 이겨낼 수 만 있다면, 그 고통의 순간에 누군가가 귀 기울여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귀하다'는 생명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을 계기로 돌이켜 보아야 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의 문제이다. 45분마다 한 명씩, 1년에 1만 명이 넘는 자살의 문제에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생명의 가치를 깊이 있게 인식하게 하는 자살예방사업은 우리 사회가 더 큰 문제에 직면하기 전에 노력해야 하는 우선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또한 유명연예인의 자살에만 잠시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30여 명에 달하는 자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들이 보내는 SOS에 화답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의무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부안군의회 하인호의원(멜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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