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한가위 예찬
달과 한가위 예찬
  • 이옥수
  • 승인 2008.08.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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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한가위 예찬 
 우리의 조상들은 심성이 달의 속성과 일치했기 때문에 달은 풍년을 주재하는 신으로 숭배하였다. 그리고 천체의 운행 시간과 변화에 매우 지혜로웠다. 천체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 고찰할 수 있는 달의 모양이 뚜렷하기 때문에 음력 역법을 쓰는 문화권에서는 달이 이지러져서 완전히 차오르는 상태의 시간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중요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농경사회가 아닌 현대 산업사회인 요즘도 음력으로 결혼과 이삿날을 잡고 또 설을 지내는 풍습은 물론 모든 생활 자체가 달의 순환 리듬에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년 중 정원에는‘설날’과 ‘대보름’이 있으며 8월에는 ‘한가위’를 명절로 지내는 것도 그러한 주기에 맞추어진 것이고 우리의 농경 생활과 세시 풍속들이 이에 따른 것이다.
 한가위는 달과 불가분의 관계를 지녔기에 수천 년 동안 민족이 겪은 질곡과 수난을 함께하면서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우리는 어느 민족 못지않게 가을을 좋아한다. 아침저녁 소매 끝에 스치는 바람결도 시원하고 하늘도 청잣빛으로 높아져 덥지도 춥지도 않은 때 풍족한 농산물로 맞이하는 한가위를 최고의 명절로 삼아 왔다.
 한가윗날 이른 아침이면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어 수확한 햇곡식과 색색으로 물들인 ‘송편’으로 차례상을 마련해서 조상님과 신에게 감사하는 차례를 올리며 달 밝은 저녁에는 식구들이나 이웃 사람들이 모여 흐뭇한 추석놀이를 즐기는데 이날 송편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에서는 만월과 같은 둥근 모양의 ‘월병’을 만들지만 우리는 반달 모양의 송편을 만든다. 반달은 그것이 날마다 커지므로 발전의 상징으로 본 데서 나온 것이며 이러한 생각이 우리의 고대 도성(都城) 이름이 대부분 반월성(半月城)인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달과 가장 친근한 나라를 들자면 우리를 앞설 민족도 없을 것이다. 원래 달에 대한 관심이 깊어 숭배의 대상이 되었지만 과학의 발달로 그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졌음에도 달 밝은 한가위 풍속은 옛날과 같게 면면히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요즘처럼 자꾸만 차갑게 변해가는 세정 속에서도 추석 때만 되면 고향에 내려가 어른들을 찾아뵙고 차례를 지내는 일은 뜻깊은 명절 문화이다. 그러나 이제는 못살던 과거와는 달리 의식(衣食)이 풍부하며 근심걱정 없이 비교적 안락하게 살지만 조상 숭배와 부모님 찾아뵙는 일은 식어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풍요로운 한가위에 차례와 성묘하는 일은 세월이 흐른다고 달라질 수 없고 거의 그대로이지만 엄청난 교통 체증으로 자식이 고향에 내려가기 어렵다는 구실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자식을 찾아 올라와 차례를 지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는데 시골의 어른들을 뵙고 성묘할 모처럼의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도 쉴 새 없는 생존 경쟁 때문이건 혹은 게으른 탓이건 간에 이유야 어떻든 우리는 그간 고향을 등졌거나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너무 외롭게 해드리지나 않았는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비단 추석이 아닌 때라도 좋다. 일 년에 한 번쯤이라도 고향을 찾아 노부모님들의 풀기 없는 손을 잡고 그들이 반겨주는 표정에서 뜨거운 정을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즐거우며 소중한 고향을 자주 찾아 순수했던 옛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추석 선물을 돌리는 풍속은 본래 한가위의 공동체적인 관행인데도 이해관계에 따라 뇌물성 금품이 오고 가는 날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니 이웃 간에 서로 돕고 따뜻한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한가위 세시풍속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안=이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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