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가 판치는 세상
가짜가 판치는 세상
  • 신영배
  • 승인 2018.10.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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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발행인

수은주가 내려가서 전주 아침 기온이 10℃, 낮 최고기온이 15℃를 기록하는 선선한 가을 날씨를 보일 것이라는 예보다. 지난 월요일이 절기상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였으니 쌀쌀한 날씨는 당연하다. 지난여름에 최악의 무더위를 견디며 어서 가을이 오기를 기다렸던 마음은 간데없고 점점 내려가는 수은주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래서 인심은 조석변(朝夕變)이라고 하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여당은 남북문제를 차질없이 진행하기 위한 국회 비준을 서두르고 야당은 다시 케케묵은 안보 논리를 세워 정부를 몰아세울 모양이다. 남북문제와 안보 논리가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충돌이 불가피한 가운데 열린 국회는 결국 시간만 허비하는 비능률 국회가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이후에 자한당과 바미당 등 보수 야당은 한결같은 기조를 정부 흠집 내기에 두고 있어서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대립의 양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유은혜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이 큰 문제는 없다는 판단 아래 임명을 강행하여 정부 여당과 야당의 관계는 악화일로에 있다.

어제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는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실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그 자리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문제는 ‘가짜 뉴스’였다고 한다. 지난번 이낙연 총리가 베트남 하노이 소재 호찌민 전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기념관에서 '백성을 사랑했으며 백성의 사랑을 받은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진다.'라는 방명록을 남겼는데, 이후 SNS 등에서 방명록의 '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한다는 가짜 뉴스까지 등장했다.

이에 정부는 그동안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에 국민이 현혹되고 민심을 흔든다는 판단 아래 뉴스의 출처를 조사하고 관련자를 색출하는 방안에 골몰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야당은 그러한 가짜 뉴스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야당 의원은 가짜 뉴스에 대한 정부 대응을 두고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는 시각도 내놓았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일도 언론자유의 하나라는 인식은 퍽 위험한 발상이다. 언론이라면 정당하고 사실에 입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거나 알리는 일이지 가짜 뉴스를 만들어 퍼뜨리는 일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불법과 부정에 항거하여 목숨을 내놓고 사실을 보도 그대로 전달하고 비판하는 것이 언론이다. 요즘에 유투브에 보면 아무런 근거나 사실과 관계없이 마구잡이로 만들어낸 가짜 뉴스가 수없이 만들어져 나온다.

그렇게 만들어져 유포된 가짜 뉴스만 열심히 찾아내서 가까운 친구나 친지에게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서 마구 퍼뜨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개 50~6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특히 뭔가 충격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보면 바로 이웃에 퍼 나르는 이들이 많다. 어떤 이들은 아예 신문 방송의 보도는 가짜이고 유투브에 횡행하는 가짜 뉴스를 진짜라고 믿는다.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황당한 뉴스에 더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보이며 이를 퍼뜨리는 비정상적인 뉴스 소비자들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가짜 뉴스는 근절되어야 한다. 이런 일에 일부 유력 보수 언론까지 가세하여 가짜 뉴스를 인용하거나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일은 정말 위험하다. 오랜 역사와 나름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포기하는 언론이 이런 가짜 뉴스를 사실로 오도하고 언론을 망치고 있다.

일부 수구 언론들의 요즘 보도는 언론의 기본 양심조차 저당 잡힌 듯 마구잡이식 기사를 양산한다. 오직 정부를 깎아내리고 풀려가는 남북문제에 딴지를 거는 그들이다. 평화와 공존이 싫고 대결 속에서 안보를 구실삼아 국민을 억압하며 권력의 단물을 빨겠다는 그들의 뉴스야말로 가짜 뉴스다.

뉴스만 가짜가 있는 게 아니라, 대통령도 가짜가 있었다. 박근혜 시절의 최순실이 ‘바지 대통령’을 앉혀놓고 제멋대로 나라를 주물렀던 사실이 지금도 자꾸만 드러나고 있다. 지금도 버젓하게 사용하는 ‘창조경제’라느니, ‘문화융성’ 따위의 시책 이름도 최순실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한다. 바지 대통령은 얼굴이나 다듬고 관저의 침대에서 즐기는 일에 몰두하고 있으면 최순실이 와서 문고리 삼인방과 국정을 논의하고 지시했다니 진짜 대통령은 최순실이었던 셈이다.

문화재도 가짜 문화재가 있다. 부안의 김상만 가옥은 1900년을 전후하여 개축된 2동의 건물을 1982년쯤에 아무런 문화재 식견도 없는 인부들이 개축하거나 신축하여 조성한 건물인데 민속문화재 제150호로 지정되어 국민의 세금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대한 문화재 지정을 취소하라고 시민단체와 본지가 여러 차례 지적하고 요청하였지만, 문화재청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독립운동 유공자라고 사칭하여 나랏돈을 받아먹은 ‘가짜 독립운동가’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진짜 주인이 나는 절대 주인이 아니라고 뻗대는 진귀한 일도 있었다. 다스는 내 것이 아니라고 줄기차게 뻗대던 이명박이 결국은 측근들의 자백으로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게 되었다. ‘가짜 진짜’가 나는 진짜가 아니라고 우기는 이런 재미있는 나라에서 산다. 국민은 오늘도 어떤 가짜에 속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나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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