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호의 독후감 - 소용돌이의 한국정치(그레고리 헨더슨 지음)
최영호의 독후감 - 소용돌이의 한국정치(그레고리 헨더슨 지음)
  • 김주형
  • 승인 2018.09.13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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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치에서 정당은 권력 향한 수단이자, 출세를 위한 도구"
▲ 최영호 변호사

 우리나라가 민주화되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대통령과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이건 이명박근혜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87년 이후, 30년. 6명의 전임 대통령을 배출했다. 그중 3명은 교도소에 수감되었거나, 수감 중이다. 나머지 3명도 자식과 형제가 교도소에 수감되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있다.

헌법과 법률. 민주주의의 틀을 가져왔으나, 우리는 5년마다 단임제 왕을 선출하고 있다. 우리는 국가가 무엇이냐 물으면 국가는 행정부이며, 국가의 권력은 청와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생 수십만 명이 일자리와 권력을 두고 5년마다 선거라는 합법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권 분립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과 운명 공동체로 청와대의 하청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는 법률로서 정부를 견제할 수 있지만, 정부와 여당이 하나의 무리가 되다 보니, 입법을 통한 정부의 견제는 형식에 그치고 만다. 그리고 법률은 대부분의 세부 권한을 행정규칙에 위임하여 정부는 법률이 없더라도 시행령으로 스스로 자신에게 권능을 부여한다.

지방자치는 재정 등 주요 기능의 독립 없이 시행되다보니 푼돈이나 쓰는 선심성 기구로 전락했다. 지자체장 선거 때마다 중앙권력과의 인맥을 자랑하며, 국가 예산 확보를 주된 업무라고 홍보한다.

그러니 지방에 살아도 다들 서울만 바라보고 있다. 정부 관료와 청와대, 아니면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입김을 넣을 수 있는 국회만 바라본다. 그들과의 인맥이 전국 어디에서든 가장 큰 권력이 된다.

저자는 1947년 한국을 밟은 미국의 외교관은 한국은 오래된 중앙 집권 국가로, 학문과 문헌 등 풍부한 전통을 가졌으며, 단일 언어, 종교와 지리적 분쟁이 없는 나라에서 왜 극단의 대립으로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느냐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저자의 결론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이다.

과도한 중앙으로의 권력 집중. 민족, 언어, 종교, 지역 등 동질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가에서 집단을 형성하지 못한 개인. 해방 후 ‘민주주의’가 평등한 권력 접근을 의미하게 되자 소용돌이와 같은 치열한 경쟁과 계급 상승의 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별 차이가 없는 동일한 정치 집단들 사이에 극단으로 치닫는 비난. 잦은 쿠데타와 불안정한 정치. 그리고 분열과 약한 응집성. 한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한 이유, 불안한 이유로 과도한 중앙 집권, 허약한 이익 집단과 계급 상승 욕구로 가득 찬 개인이 맞물려서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소용돌이의 정치의 원류를 조선 시대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방 권력이 존재하지 않은 강력한 중앙 집권, 조직화되지 못한 상인과 기술자 집단, 왕 또는 왕에게 직언할 수 있는 자문기관으로의 권력과 관심 집중. 조선 시대의 출세란 중앙 정부의 말단 관리 자리라도 하나 얻는 것이 전부였다.

이러한 중앙으로의 권력집중은 일제와 미 군정. 이승만 정부를 거치며 더욱 강화됐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모든 가치는 중앙권력에 속했다. 권력 기반도, 안정성도, 야심을 만족시킬 수 있는 대체수단도 없이 권력을 향해 경쟁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했다.’며, 서로 구분할 수 없는 동일하고 단일한 집단이, 오로지 하나뿐인 권력에 대한 투쟁, 분열, 경쟁으로 대의 정치제도의 토대를 구축할 시기를 지연시켰다고 보았다.

대의제의 기반이 되는 정당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결성한, 유동적이고 뿌리 없는 집단’으로 평가했고, ‘정당은 권력에 도달하고자 하는 개인들이 사용하는 수단’으로, ‘정당의 목적이 통치가 아니라 통치로 가는 길’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닌 출세의 도구’라고 보았다.

그리고 정부 여당은 행정부에 종속하여, 정부에 종속하여 정부에 저항하지 않고, 비판으로부터 정부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이 책은 1967년 처음 출판되었고, 1988년 신판이 나왔다.

책의 주 내용은 해방 후 정부 수립에서부터 이승만 정부까지의 내용이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도 저자가 바라본 대한민국의 주요 특징은 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견제 없는 국가 중심의 권력. 공무원이 꿈이자 유일한 탈출구인 세대. 허약한 지방 권력. 청와대만 바라보는 정치인 또는 정치지망생.

저자는 30년 전, 이러한 문제점의 해결 방안으로 다원화, 다원화의 방향으로는 강력한 지방자치와 시장의 성장으로 보았다. 여전히 허약한 지방자치, 권력에 푼돈을 쥐여주며 머리를 조아리는 재벌을 보았을 때, 여전히 우리는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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