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증원에 붙여서
공무원 증원에 붙여서
  • 신영배
  • 승인 2018.08.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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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발행인

태풍이 물러난 후 폭우가 쏟아져 우리를 당황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이 어리둥절하게 한다. 정부가 확정한 내년 예산안을 보면 올해보다 10% 정도 많은 470.5조원을 편성했다. 그 가운데 복지 예산이 162조원으로 34%를 차지한다. 여기에는 공무원 3만6,000명 증원에 소요되는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가장 다급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국가공무원 2만1,000명과 지방공무원 1만5,000명의 증원에 대한 각계의 비판적 의견이 밀물처럼 쏟아져 나온다. 현재도 공무원 수가 많은데 또 공무원을 늘리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떤 일본 학자는 일본의 공무원이 30만에 불과하다며 한국의 공무원 수가 100만을 넘어서는 일에 대해 비판을 했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공무원 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현저하게 적으므로 충원 개념에서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계에 의하면 덴마크의 경우 공무원 1인당 7.5명의 국민을 담당하고 프랑스가 12.2명, 미국이 13.3명, 일본은 28.9명, 한국은 53.6명이라고 한다.

이 통계에 공무원의 범위를 어떻게 산정한 것인지 잘 알 수 없고 한국의 경우 국제기준에 맞는 통계가 아니라는 말도 있어서 이 자료에 의한 비교는 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 통계에는 임시직이나 단순 노무직들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건 분명한 듯하다.

정부의 형편으로는 당장 사회경제 분야의 고용을 늘리는 일이 불가능하므로 정부 예산이라도 투입해서 청년고용을 늘리고 청년세대의 경제력을 키워야 인구절벽 문제도 해결될 수 있으므로 부득이한 조치라는 논리다. 물론 경찰, 소방직 등 분야의 공무원은 실제 운용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일반행정이나 지방직 공무원의 증원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복지 행정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국가가 섬세하게 관리해야 할 대상이 다양한 방면에서 늘고 있지만, 아직 우리 행정은 그러한 행정 수요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도 홀로 노인이 아무도 모르게 사망한 후 수개월이 지난 후에야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사례가 있을 만큼 우리의 복지 행정은 지극히 초보 수준이다.

몇 해 전에 병든 자매와 어머니 일가족이 생활고를 벗어나지 못해 자살한 이후에 행정은 저마다 ‘촘촘한 복지’를 구호처럼 외쳤지만, 자살하는 노인수는 줄지 않았다. 가장이 일가족을 살해하고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등의 부끄러운 사회현상이 계속되는 일도 이 사회가 소통 없는 외골수 사회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공무원을 늘리기만 할 게 아니라 그 공무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찾아 국민 개개인의 일상에 스며들지 못한다면 이번 정책 또한 실패할 것은 자명하다. 먼저 일을 만들고 그 일에 필요한 인력을 뽑는 것이 순서다. IT와 IoT, 빅 데이터 시대에 일부 국민을 제외하고는 이런 새로운 문물과 사조, 기기 운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이러한 현대 문명을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이용하도록 교육하는 일도 정부가 할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앞에 말한 것처럼 자기 가족이 자기 소유물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나, 외골수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변화의 의미를 알 게하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일도 국가가 나서야 할 일이다.

논두렁에 지게 지고 다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가용을 굴리면서 빚어진 사회적 갈등과 새로운 문물과 부딪히며 얻은 스트레스를 그냥 안고 늙어가는 사람들, 그들이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도록 유도하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한다. 촛불과 태극기가 한 거리에서 부딪히는 현상을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덮는 것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한 현상은 양극화의 한 단면이지 다양성이라고 이름 지을 수 없다.

판사들이 한 달에 300건 넘는 사건을 재판하면서 과연 제대로 사법판단을 할 수 있겠는지 물으면 누구나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판사의 수는 늘리지 않는다. 웬만한 사건은 변호사와 서기들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재판이 되어서는 사법 정의는 바로 서지 않는다. 물론 대법원부터 무너진 나라이긴 하지만, 내일을 위하여 변호사들이 뭐라고 하든, 판사를 대폭 늘려서 억울한 재판이 한 건이라도 나오지 않아야 한다.

공무원을 기왕에 증원한다면 멀리 보고 국민을 위한 공권력 사용과 국민 안전을 확고하게 하고, 공무원이 국민에 밀착해 국민을 돕고 복지다운 복지를 할 수 있는 체제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저 ‘언 발에 오줌 누는’ 식으로 숫자만 늘려서 나랏돈을 퍼주는 증원은 안 된다.

아울러 청년들이 참여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아이도 낳고 시대에 맞는 제도도 생긴다.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그들의 시대를 그들의 생각으로 열어가도록 하자. 묵은 사람들이 묵은 사고방식으로 젊은이들의 내일을 재단해서는 과거의 잘못만 반복하게 된다. 과거의 잘못을 밝혀 조금 손본다해서 새 시대가 열리는 건 아니다. 그래서 공무원 증원에 앞서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발상과 변화가 시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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