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시대의 야바위
지방자치 시대의 야바위
  • 신영배
  • 승인 2018.07.04 15: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발행인 칼럼
신영배 대표

다행스럽게도 태풍 ‘쁘라삐룬’이 내륙으로 향하지 않고 동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높은 습도와 30도를 넘나드는 기온으로 불쾌지수가 상당하다. 여기에 들려오는 소식도 불쾌하고 후줄근하니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본지는 6.13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사설을 통해 전북도를 비롯한 전체 시군의회가 모두 민주당 일색이어서 자칫하면 볼썽사나운 일이 나올 수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끼리끼리, 짬짜미 지방정치를 우려하는 의미였다. 의회가 민주당 일색이고 단체장도 도지사를 비롯해 11개 시군이 민주당 소속이어서 자칫하면 나눠먹기식 의회로 전락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본지 지난 4일자 3면에 보도된 내용처럼, 아직 원 구성도 하지 않은 전주시의회 일부 의원들이 끼리끼리 모여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인선을 논의하고 마치 전체의원들이 모여 결정한 일인 것처럼 언론에 인선 내용을 알려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중앙당은 지방의회가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등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는 의미로, 원 구성 이전에 의원들끼리 모임을 갖고 협의 인선을 유도하는 지침을 내린 가운데 일어난 일이어서 중앙당 차원의 해결책이 주목되고 있다.

6.13. 지방선거 결과 전주시 의회는 민주당 28명, 평화당 2명, 정의당 2명, 무소속 2명 등 34명으로 구성되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여타정당이나 무소속은 그저 ‘배려가 있다면’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쯤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그러므로 전주시의회도 중앙당 방침대로 민주당 의원들이 따로 모여 민주적 방식으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인선을 사전에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소속 의원 가운데 과반에도 못 미치는 소수의 의원들이 모여서 의장단 구성과 상임위원장 인선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이 논의한 결과를 민주당 의원 전체가 논의하여 결정한 것처럼 언론에 그 내용을 흘려 도내 각 언론이 모두 그 인선 결과를 보도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를 접하고서야 그런 논의가 있었다는 걸 인지한 일부 의원들이 서로 모임 참여내용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상당수 의원은 그러한 결정에 반발하면서 본지에 사실 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부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 규명과 언론의 보도 경과를 확인하는 등 공개적으로 진상규명은 물론 올바른 의회운영을 주문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은 앞서 본지가 지적했던 대로 자칫 민주당 일색인 전주시의회가 몇몇 고참 의원들끼리 짬짜미로 운영되면 앞으로 많은 문제가 야기될 수 있고, 그에 따른 여론의 변화가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다시 간추리면, 소위 중진이라고 분류되는 특정지역위원회 소속의 의원 가운데 일부가 그동안 시행돼 왔던 원 구성 관행을 내세워 자기들끼리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안배하는 논의를 한 뒤에 그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으로 추정된다. 들리는 말로는 이 자리에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특정의원에게 권한위임을 한 후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며 소수의 의원들이 임의로 지도부를 내정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건 대단히 위험하고 심각한 문제이다.

몇몇 다선의원이 끼리끼리 모여서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동료의원을 속이고 언론을 속이고 중앙당을 속이고 나아가서 자신들을 뽑아준 시민을 배신한 ‘야바위’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의원들이 시의회를 장악하고 흔들게 되면 집행부가 그들의 손에 놀아나게 되고, 의회가 무너지면 시민의 눈과 입이 가려지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의회 적폐’ ‘지방자치의 폐해’의 견본으로 추락할 수 있다.

이 일은 시의원 모두가 나서서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아울러 중앙당 또한 사심 없이 개입해 모든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거대한 둑이 쥐구멍 하나로 무너지듯이 이런 일을 어물쩍 넘어가면 앞으로 어떤 일이 민주당과 지방정부의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 만약 이번 일이 부당한 방법이나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진실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드러난다면 해당 의원은 자진해서 전주시의회를 떠나 속죄해야 한다.

시의회에서 제명조치도 가능하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원 구성 과정에서 해당행위를 할 경우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했다. 그렇다. 박 수석대변인의 말처럼 관행을 내세워 의회 내에 불협화음을 야기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인물이 바로 해당 행위의 표본이므로 출당조치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여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약속한 문 대통령의 공약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러한 의회 장악 기도행위는 지방분권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우려하게 하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아울러 지방자치의 근본을 저해하는 민주당 중앙당의 지방의회 구성 지침 따위도 다시 재발하지 않을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지방의회가 지도부 자리를 놓고 다투는 등의 각종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내린 중앙당 차원의 고육책이라 할지라도 지방자치시대에 어긋나는 지휘는 이젠 지양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는 대목이다. /신영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