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제대로 보자
지방선거, 제대로 보자
  • 신영배
  • 승인 2018.06.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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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 신영배 대표

조선 시대의 쾌남아 임제(林悌)가 어느 날 잔칫집에 갔다가 술에 취했다. 신을 신고 문을 나서는데 하인이 곁에서 한마디 한다. “나으리! 신발을 짝짝이로 신으셨습니다요. 왼발은 가죽신이고 오른발엔 나막신인 걸입쇼.” 술 취한 임제는 까딱도 하지 않고 말 위로 훌쩍 올라탄다. “야, 이눔아! 길 왼편에서 보는 자는 저 이가 가죽신을 신었구나, 할테구, 길 오른편에서 본 자는 저 이가 나막신을 신었군, 할 터인데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이냐! 어서 가자.”

맞는 말이다. 말 탄 사람의 신발은 한쪽만 보인다. 짝짝이 신을 신었을 줄은 누구도 짐작 못 한다. 저 본 것만 가지고 반대쪽도 그러려니 여긴다. 걸어갈 때야 우습지만 말을 타면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짝짝이 신발도 중간에 말이 있으니 한쪽만 보고는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판단은 항상 이 대목에서 문제가 생긴다. 한쪽만 보고 다른 쪽도 으레 그렇겠지, 하는 마음, 이런 것들이 늘 일을 그르치게 한다. 막상 말에서 털썩 내려서면 ‘속았구나!’ 하고 탄식하지만 때는 이미 늦다. 선거도 마찬가지. 자칫 한쪽만 보고 찍었다가는 속았다는 한탄으로 4 년을 보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그렇게 수도 없이 속아왔다. 6·13 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북미회담, 러시아 월드컵 개막 등 워낙 큰 이슈에 묻혀 출마자들만의 잔치가 되고 있다. 특히 전북의 경우 유권자들은 무관심하고 선거 쟁점도 없는 데다, 여권의 독주를 견제해야 할 야권은 무력하기만 해 ‘3무(無) 선거’라는 말이 현실화했다. 투표율도 저조할 것이라니 걱정이 태산같다. ‘지역 정책’까지 사라진 선거라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견제 세력’ 부재에 대한 우려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지만, 후보들이 내놓은 정책에 대한 세밀한 검증이 사라진 것도 적지 않은 문제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상대 후보가 내놓은 정책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수 있지만, 현실은 도내 일부 시군의 단체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여당 후보와 치열한 싸움을 하는 이외에 변변한 경쟁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오늘의 사태에 이른 책임은 전적으로 야당에 있다. 지난 9년의 실패한 정권을 뒷받침했고, 호위무사였던 야당 정치인들 그 누구도 자기들이 정권을 떠받치며 찬양했던 잘못을 뉘우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호남이 만들어준 정당도 호남인들에게 보답은커녕 정서를 배신하고 쌈박질로 두 동강이 되어 실망만 시켰다. 그러고서 선거 때가 되어 표를 달라고 목이 쉬게 고함을 친들, 표를 줄 마음이 나겠는가? 자연히 ‘3無 선거’가 될 수밖에.

그러나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지방선거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나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우리 지역, 내가 사는 동네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내 집 머슴을 뽑는 일에 주인이 소홀하면 농사를 망치는 것은 물론이고 집안 망신하기 마련이다. 머슴 감이 힘이 좋아 일을 잘할 것인지, 정직하여 주인을 속이지 않을 것인지, 밖에서 주인집 일을 시시콜콜 소문내서 망신을 살 인물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야 하는 건 당연하다. 자칫 머슴이 주인을 타고 눌러 되레 주인을 하인 부리듯 하려는 인물은 아닌지 보고 또 보아야 한다.

앞에서 임제의 일화로 귀띔했던 것처럼 ‘한쪽만 보고, 한쪽 말만 듣고, 그렇겠지 짐작만 하고’ 투표를 했다가는 앞으로 4년 동안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도대체 누구에게 표를 주어야 할 것인가.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남은 시간 아무리 바쁘더라도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을 검증하여 올바른 선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휘황찬란한 공약에 뜬구름 잡는 눈속임이 없는지, 사람 됨됨이가 과연 공직을 맡아도 될 인물인지 살펴야 앞으로 4년이 즐겁다.

필자가 지난달 31일 자 본지 칼럼에서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 사이에 전주종합경기장 부지 개발 문제로 갈등이 있으니 풀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제언을 했다. 두 후보가 선거에서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서로 불편했던 부분은 풀고 선거에 임하는 것이 유권자의 판단이나 본인들을 위해 좋다는 뜻이었다. 그에 화답해 송 지사와 김 시장은 나란히 ‘둘 사이에 갈등은 전혀 없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선거용이 아닌, 두 분 사이에 진정한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졌기를 바란다.

이런 사례를 집어 말하는 뜻은, 지방선거가 바로 이런 경우처럼 사소한 일에서 발단하여 사개가 틀어지면 일이 삐걱대게 되고 그 손해는 고스란히 주민이 보게 된다는 걸 말하려는 뜻이었다. 겸손한 마음으로 주민의 생각을 좆아 일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선거공보가 배달되어 후보자들의 공약을 들여다보았다. 어떤 후보는 가능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아 표를 주고 싶은 마음이 일게 하는가 하면, 어떤 후보는 터무니없는 거창한 약속을 눈속임처럼 내놓고 있다. 또 어느 후보는 여전히 주민을 졸(卒)로 보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묵은 행정 수법을 공약집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우리는 두눈 부릅뜨고 옥석을 잘 가려내야 한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은 모두가 유권자 몫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주인이 주인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꿈꾸며 내가 사는 동네가, 지역이 밝아지고 좋아지는 그 날을 위해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의 사전투표와 13일 투표에 꼭 참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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