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과 햄버거
평양냉면과 햄버거
  • 전주일보
  • 승인 2018.05.0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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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상징은 이제 비둘기가 아니라 평양냉면."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탄생한 인기스타는 단연 평양냉면이 아닌가 싶다.

평양냉면은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했던 메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환담 도중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멀리 온 평양냉면을… 아, 멀다고 하면 안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고 언급했을 만큼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147㎞ 거리를 달려온 평양냉면은 평양 옥류관 수석 요리사가 제면기까지 들고 직접 판문점에 와서 만들었다.

평양 옥류관 냉면은 남북정상회담과 인연이 깊다. 지난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각각 옥류관에서 오찬을 가졌다. 이미 두 차례 정상회담 메뉴에 올랐던 평양냉면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못다 이룬 과업을 계승하겠다는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굳은 의지로 보여진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고 한다. 지역에서 유명한 냉면집은 20~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고, 심지어 동네 마트에서 파는 즉석냉면도 특수를 맞고 있다.

냉면(冷麵)은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육수로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평양냉면은 한국의 3대 냉면(평양냉면·함흥냉면·진주냉면) 중 하나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평양냉면의 맛을 함께 느끼며 70년 가까이 단절됐던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 젖혔다.

얼마 후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 중 한 곳으로 떠오르면서 평양냉면에 이어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메뉴가 햄버거다. 미국 CNN 등이 '국수외교(Noodle Diplomacy)'로 표현한 평양냉면과 같이 햄버거가 또다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앞두고 햄버거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는 2016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핵 협상을 하겠다고 한 발언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햄버거를 매우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미국 대선 중에는 맥도날드에 들러 빅맥 2개와 생선버거 2개를 그 자리에서 해치웠다. 백악관에서도 맥도날드 치즈버거를 먹고 싶어서 백악관 주방에 이를 요구했다가 아예 맥도날드에서 주문해 먹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양 정상이 직접 만날 날짜가 다가오면서 햄버거 오찬(만찬)이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냉면외교'가 전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었기에 '햄버거외교'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평양냉면으로 시작된 '식탁 위 통일'이 햄버거로 이어져 어색하고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풀어내는, 단순한 음식 그 이상의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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