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
인연(因緣)
  • 전주일보
  • 승인 2018.03.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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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더불어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각종 '인연(因緣)'을 맺는다. 

가장 기본적인 가족과의 피붙이 인연을 바탕으로 초·중·고교와 대학이라는 학창 시절을 보내며 친구간 우정과 동문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로 진출해서 맺어지는 이런 저런 인연 또한 사람의 한 평생 이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차원에서 인연이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서 맺어지는 '끈'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나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이며 달리는 연고(緣故)라고도 일컫는다. 불가(佛家)의 표현을 빌자면'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 '연'은 그것을 돕는 외적·간접적인 힘이다.

금아(琴兒) 피천득은 그의 수필, '인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사람들 사이의 인연이 어떤 무게를 지니는지 강조한 것이다.


단지 인간 뿐 아니라 자연계와 그 자연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동·식물들도 여러 인연의 끈으로 묶어진다. 

예를 들면 이렇다. 꽃이나 나무의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이 튼다. 또한 고기는 물을 만나야 숨을 쉰다. 그런가 하면 자연계의 가장 보편적 기상 상태의 한 예(例)라 할 비(雨)는 바다와 육지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구름이 되고 바람을 만나 어우러지면서 형성된다. 그리고 대지에 단비를 내리거나 때로는 폭풍우로 변해 자연을 망치고 인간에 해를 주는 심술도 부린다. 

옛 왕조시절, 가뭄이 들면 왕(임금)이 특정 지역에 나가 기우제(祈雨祭)를 지냈다. 자신이 나라를 다스리는 데 소홀함이 있었거나, 부족했는지 하늘에 자복(自服·스스로 알림)하면서 비를 내려달라고 정성껏 빌었다. 이러한 임금이라면 덕(德)이 있는 군주요, 훌륭한 군왕이다. 반면에 폭군이나 암군·혼군이 군림하며 백성들을 못살게 굴면 하늘이 경고삼아 극심한 가뭄, 지진 등으로 경고했다.

백성들이 인자하고 능력있는 군왕을 만나 배두드리며 안온한 삶을 사느냐, 아니면 앞서 언급한 폭군 등의 광포한 치세에 온갖 수탈과 착취를 당하며 찌든 삶을 이어가느냐도 다 인연이다. 물론 전자의 경우로 인연이 엮이는게 바람직함은 말할 나위 없다.

필자의 지인이 보내준 '오늘의 글'에 따르면 인연의 싹은 하늘이 준비한다. 그 싹을 잘 키워 튼튼하게 뿌리내리게함은 순전히 사람의 몫이다. 인연이란 내버려도 두어도 저절로 자라는 야생초같은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인내로써 공을 들여야 비로소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한 포기 난초와 같다. 사람은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야 행복해진다. '좋은 만남'이 바로 인연의 순기능(順機能)적 '끈'이라 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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