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계수
엥겔계수
  • 전주일보
  • 승인 2018.03.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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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가구가 가계(家計) 유지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의 항목들은 다양하다. 아파트나 주택 등 살 곳을 얻거나 그곳에 살면서 전기, 수도요금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주거비용은 대표적이다. 속옷에서부터 겉옷까지 가족들이 사계절 입고다니는데 필요한 각종 의류비용 또한 마찬가지다. 식료품을 구입하기 위한 돈도 절대적 요소다. 이른바 의(衣)·식(食)·주(住) 비용이다. 

이들 3가지 요소 가운데 '식'과 관련된 지표가 '엥겔계수(Engel coefficient-計數)'다. 가계의 소비 지출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Ernst Engel·1821~1896)이 '가계소득이 높아질수록 식료품비의 비중이 감소한다'는 가계 소비의 특징을 발견, 발표해 세상에 알려졌다. 

엥겔계수는 가계의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계측치이기도 하다. 식료품은 필수품이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에 이르면 더 이상 소비되지 않는 재화다. 따라서 가계의 소득이 늘어날수록 엥겔계수는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엥겔계수 20% 이하는 상류가구, 25~30%는 중류, 30~50%는 하류, 50% 이상은 최저 생활가구로 분류된다. 

우리 국민의 엥겔계수는 1980년대 42.9%에서 1990년대 32.5%, 1995년 25.1%로 낮아지는 추세였다. 전체 국민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엥겔계수의 수치가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인 1997년들어 27.5%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위기로 실직자들이 급증하고 수입이 줄어 전체 소득 수준이 하향되면서 여가생활을 위한 소비 지출을 억제한 때문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엥겔계수 수치는 다시 줄어 2007년 11.8%까지 떨어졌다. 그러다 2008년 12%대로 반등한 뒤 지난해 14%대에 이르렀다.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0.2% 상승한 것이며, 1~3분기 기준으로는 2000년 1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민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계의 국내 소비지출은 전년에 비해 3.3%증가한 573조6,688억원이었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 비용은 78조9,444억원으로 4.7%늘어났다.

선진국 수준이라 하는 소득 3만불에 근접했거나, 웃돈다는데 엥겔계수 수치가 높아지는 이유는 무얼까. 전문가들은 가계의 월평균 경상소득 증가율은 제자리(2015년 3분기~2017년 2분기 0~1%대) 인 반면, 물가 상승률이 급등(2015년 1.7%, 2016년 2.3%, 지난해 3.4%)한 때문으로 분석했다. 1988 서울하계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 등 양대 올림픽을 모두 치러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려는 시점에 급등한 생활물가가 발목을 잡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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