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함께사는 세상
강아지와 함께사는 세상
  • 신영배
  • 승인 2017.11.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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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 / 대표이사

요즘은 나의 반려견 ‘산’이와 함께하는 산책이 두렵다. 연이어 개 물림 사고가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 개와 함께 밖을 나가면 예전과 다르게 험악한 분위기를 느끼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개가 가만히 있는데도 다른 사람이 접근할 경우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렁거린다. 마치 범죄자 취급을 받는 느낌이다.

물론 개가 사람을 해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그렇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배척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 개를 기르는 견주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다. 개 또한 우리 인간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 그래서 동물보호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를 보면 무조건 경원시하는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는 결코 올바른 현상이 아니다.

최근의 분위기는 각종 언론의 몫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개라는 동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시사를 전문으로 하는 패널 몇 명이 모여서 개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마치 군대도 안 가본 사람이 군대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은 하나같이 개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없을뿐더러 개가 어떤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과 원인에는 백지상태다. 무조건 사람을 물은 사실만을 지적을 한다. 그리고 해결책이랍시고 ‘벌금을 부과해야한다’는 등의 물리적인 방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개가 웃을 일이다. 물론 펫티켓이 없어서 공공질서를 크게 해치는 견주나 개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정한다. 산책을 하다보면 여기저기에서 개똥이 발견된다. 솔직히 내가 키우는 ‘산’이도 볼일을 본다. 이런 장면은 개를 키우는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개를 키우는 나도 그럴 진데, 개를 키우지 않거나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가 기르는 개는 ‘절대 사람을 물지 않는다.’면서 목줄을 하지 않고 산책을 하는 견주들이다. 동물이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더욱이 외국에서 수입된 대형견의 경우 대부분 성질이 매우 사납다. 그럼에도 나의 개는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경우는 브레이크가 불완전한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개와 사람과의 관계가 원만해질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개를 사랑하고 키우는 사람으로서 정답을 찾지 못한 채 늘 헤매고 있는 숙제다. 솔직히 아직 정답은 모른다. 다만 개를 키우고 키워본 견주로서 몇몇 사항을 준수하게 되면 사람과 개의 충돌을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먼저 강아지공장을 없애야 한다. 공장에서 물건 생산하듯 태어난 강아지들이 너무 일찍 어미와 떨어져 펫샵의 유리진열장에 있다가 분양되는 현실이 문제다. 강아지들은 어미로부터 배워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하고 갇혀만 있다가 팔려나와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개들은 공격성이 생기고 이상행동과 건강상의 문제가 더 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때문에 강아지 분양을 위한 적절한 절차 등을 강제하는 법이 시급히 제정돼야 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 분양 때, 등록은 물론 견주교육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을 법으로 정하여 장난감 사듯 강아지를 들여와 킬킬거리며 갖고 노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강아지를 위하여 자기 시간과 노력을 바칠 수 있는 사람만 반려견과 사랑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나쁜 견주가 없어지고 버려져 길을 헤매는 개도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맹견 종류에 대하여는 별도의 주기적인 교육과 검사를 통하여 철저하게 관리한다면 인명사고 등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전국적으로 1천만 이상의 반려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많은 국민이 반려견과 생활하면서 위로를 받거나 행복을 나누고 있는데, 그 반려견과 주인을 위한 공간은 전혀 없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반려견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람 못지않게 크다. 한 식구로 인정하고 사랑하며 산다. 그렇다면 그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지금 견주들은 개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자주 산책시켜줘야 하는데 개를 데리고 산책할 곳이 거의 없다. 개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을 곳곳에 만들어 줘야 한다. 개는 사람과 달리 상당량의 활동을 해야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개들은 대형견, 소형견 구분 없이 하루에 1시간씩 두 차례 이상 산책을 해야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공원 같은 곳에 울타리만 좀 높게 만들어줘도 개를 놀게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개가 놀 수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아파트 단지 내 농구장이나 방치된 국유지 등에 울타리를 만들어주면 개들의 공원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어쩌면 내년 지방선거에 애견 놀이터를 공약하는 후보가 많은 표를 얻게 될 수도 있다.

개에게 물려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애견인과 비애견인의 싸움으로 발전해서도 안 되고 개로 인한 불편함을 더 이상 사람들이 겪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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