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으며
추석을 맞으며
  • 신영배
  • 승인 2017.09.27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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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새벽부터 내린 비가 온종일 이어질 모양이다. 이번에 내린 비로 반짝 찾아온 늦더위도 물러가고 제대로 된 가을을 맞이할 것 같다. 이제 1주일후면 추석 명절이다. 열흘간의 꿀맛 같은 휴일도 이어진다. 설악산 대청봉에 단풍이 물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머지않아 백두대간을 타고 단풍전선이 남하하면 단풍의 본고장인 정읍 내장산을 비롯해 진안 운장산, 완주 대둔산, 부안 변산, 고창의 선운산에도 단풍이 곱게 물들 것이다.

조상들은 10월을 상달(上月)이라고 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서 사람 살기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다. 오곡을 추수해 곳간이 가득해지고 과일이 익어 먹을 것이 많아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겼지 싶다.

추석 때, 서남해안지방에서는 부녀자들이 모여 강강술래놀이를 즐겼다. 추석날 저녁 설거지를 마치고 달이 솟을 무렵 젊은 부녀자들이 넓은 운동장에 모여 손과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노래를 부르고 뛰며 춤을 추었다. 어렸을 적, 선친을 따라 고슴도치 섬으로 잘 알려진 위도를 간 적이 있었다. 위도 주민들은 ‘도장금’이라 불리는 벌금해수욕장에 모여 강강술래놀이를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에는 진양조로 느리게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다가 차츰 빨라져서 나중에는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강강술래 춤은 노래 장단에 따라 춤동작의 빠르기가 달라진다. 년중 가장 밝은 보름달 아래에 펼쳐지는 여인네들의 강강술래 원무(圓舞)는 가을의 풍요를 즐기면서 한 해를 마감하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내 고향 줄포에서는 어부들이 포구에서 고사를 지냈다. 용왕님께 정성을 다하여 만선과 안전을 비는 포구마을의 고사는 생명과 복을 구하는 가장 중요한 행사였다. 당시 어업을 하던 필자의 집에서도 무당을 불러 며칠을 두고 큰굿을 했던 기억이 새롭다.

풍요를 나누고 조상께 성묘를 하며 가족의 정을 느끼는 추석과 함께 시작되는 가을은 닥쳐올 겨울을 준비하며 안온한 가운데 작은 행복을 느끼는 때이기도 하다. 이 멋진 추석과 가을을 맞이하는 때이건만 우리의 마음 한 구석에는 납덩이가 누르는 듯 편치 않다.

미국의 트럼프와 북한 김정은의 말싸움이 격화되어 금세라도 한판 붙을 모양새로 어르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나라 안으로는 그동안 나라를 이 꼴로 만든 세력을 척결해야 하는 운명적 현실이 연출되고 있다.

이처럼 나라 안팎으로 많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데, 정치판은 오늘도 헐뜯기와 존재감 자랑하기에 바쁘다. 제1야당의 대표는 전술핵을 구걸하러 미국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위를 서슴지 않더니, 이번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나고 온 일을 자랑처럼 SNS에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우리가 전술핵을 들여온다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도 아니고, 핵무기로 북한을 공격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전술핵 타령을 거듭하고 있는 제1야당이다. 전술핵을 들여오려면 한반도 비핵화를 포기해야하고 북한은 핵개발의 명분을 얻게 된다. 더구나 전술핵을 배치해도 그것을 우리가 사용할 권한이 전혀 없다.

핵무기의 사용은 미국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공연히 핵무기 운용을 위한 비용부담만 가중하게 될 전술핵인 것을 그들도 잘 알고 있으면서 정략적으로 정부를 헐뜯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술 더 떠,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전술핵 배치 반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술핵 배치 반대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김정은이다. 그래서 문재인은 김정은 기쁨조다”라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쏟아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섰던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막말이 나왔다는 것은 지금 자유한국당의 의식수준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어제 대통령이 여·야·정 회동을 주선해 청와대에서 저녁만찬을 했는데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만 참석을 거부했다. 탄핵정국과 대선과정에서 잃어버린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이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야당으로서 정권의 무능과 도덕성 등의 잘못은 가차 없이 지적하고 꾸짖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발전을 위한 논의에도 불참하고 주장해서는 안 될 전술핵배치 문제를 들고 나와 국민의 감정을 선동하려는 태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하필이면 홍준표 대표는 내 고향 줄포의 사위다. 필자로서는 연민의 정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홍 대표가 정국을 대하는 태도는 영 마땅찮다.

각설하고 지금 미국과 중국까지 가세하여 북한을 꽁꽁 옭아매고 있다. 최고 수준의 제재인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발동하는 상황이니 북한이 믿고 버틸만한 언턱거리가 모두 사라지는 셈이다. 북한의 해외노동자들까지 전부 일자리를 뺏기고 귀국하는 등 북한은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압박을 받고 있다.

적어도 북한의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다음달 10일경에는 뭔가 가닥이 잡힐 거라는 기대도 있다. 풍성하고 정이 넘치는 추석마당을 어지럽히는 북한의 김정은, 도대체 갈피를 잡기 어려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우리 국민의 간곡한 마음이 전이되어 제발 큰 문제없이 이 사태가 지나가고 한반도의 평화가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소망한다.

아울러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당 대표님들, 제발 국민들 생각도 좀 하시고 더는 몽니 부리지 않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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