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와 황새
뱁새와 황새
  • 전주일보
  • 승인 2017.07.24 1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뱁새'는 붉은 머리오목눈이라고도 한다. 참새목 휘파람새과, 혹은 딱새과에 속하며 길이 13cm 가량으로 다리가 아주 짧은 소형 조류다. 우리나라 전역에 서 흔히 볼 수 있는 텃새다. 몸의 윗면은 붉은 갈색, 아랫면은 누런 갈색이다. 굵은 부리에 동작이 재 빠르고 움직일 때 긴 꽁지를 좌우로 쓸듯이 흔드는 버릇이 있다. 

'황새'는 몸길이가 1m를 훌쩍 넘는(100~115cm) 큰 새다. 큰 새라는 뜻의 '한새'로도 불린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제199호)로 보호종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동남부에서 월동하며 일부는 일본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2천500~3천여마리 밖에 남지않은 희귀한 물새다. 한때 우리나라 전역의 흔한 텃새였다. 그러나 1950년대부터 환경오염과 밀렵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며 한반도 텃새집단은 1990년대 이후 거의 멸종단계다. 1996년부터 러시아 등지에서 황새를 도입해 복원 중이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 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다리 짧은 뱁새가 키 큰 황새를 따라가려고 흉내내다가 낭패를 당할 수 있음을 빗댄 이야기다. 사람은 모름지기 제 주제를 알아야 한다는 교훈도 담겨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했던 여야 대표 회동(19일) 불참의사를 밝히며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길을 간다"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다. 그는 또 "저들이 본부중대, 1.2.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아무리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는 자못 비장한 소신도 밝혔다. 그의 뱁새론에 같은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마저 '애들도 아니고…', '좀팽이', '놀부 심보'라는 비판을 내 놓았다.

여와 야의 제각각 셈법으로 꽉 막힌 정국이 답답할 정도였다. 대통령은 숨통 좀 터 보자는 차원에서 여야 대표 회동을 통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로 만나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했었다. 홍 대표는 이같은 속내의 회동에 동참하는 대신 청주 수해지역 봉사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1시간 남짓의 광고성 봉사에 그쳐 오히려 주민들로부터 '정치쇼'한다는 비난만 받았다. 불만이나 화를 낼 일이 있으면 당당히 자리에 나가 속내를 밝히고 화를 풀어내면 될 일이다. 회동 제안을 아예 거부하고, 딴죽성 발언만 내놓고. 도대체 '뱁새'는 누구고, '황새'는 누구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