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시민의식과 함께 개혁돼야한다
지방자치는 시민의식과 함께 개혁돼야한다
  • 신영배
  • 승인 2017.07.1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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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 대표

최근 충북 청주에 290㎜가 넘는 물 폭탄이 퍼부어졌다. 이로 인해 건물과 도로가 붕괴되고 수백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국 각지에서 구호와 자원봉사의 손길이 이어지고 온정이 답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4명의 의원들과 사무처 직원 3명, 도청직원 1명 등 모두 8명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유럽으로 8박 10일의 해외연수를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을 받고 있다.

수해현장을 추스르며 주민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려야 할 도의원들이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해외 연수 길에 올랐다는 건 정말 말도 아니다. 그것도 관광을 겸한 외유성 연수라는 대목에선 할 말을 잃는다.

그들의 연수 목적은 물어보나 마나 문화선진국의 새로운 문화와 관광, 예술, 건축, 산업 등의 현황을 살펴보고 우수한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함이라고 했을 것이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1995년 6월부터 현재까지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는 숱하게 도마 위에 올라 비난을 들었다. 외유성 연수라고 논란이 될 때마다 그들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선진지 견학과 그것을 본 경험들을 토대로 도정이나 시·군정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계획한 연수지역을 살펴보면 파리의 개선문과 모나코 대성당, 마르세유 관광센터, 로마시대 수로, 아비뇽 페스티벌 연극축제 참관, 피사의 사탑, 페라리 광장 등 세계적인 관광명소여서 누가보아도 외유성 관광을 떠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들은 지난해 가을에 예정됐던 연수일정인데 탄핵정국과 조기 대선을 치르면서 연기가 됐고, 이번 여행을 취소하게 되면 여행사에 1인당 250만 원 정도의 위약금을 변제해야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행하게 됐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물 폭탄같은 참사가 나리라고 생각치 못하고 모든 예약을 끝낸 상태여서 어쩔 수 없이 떠났다는 변명이다.

여행경비도 1인당 600만 원으로 이중 550만 원을 예산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50만원만을 개인이 부담한다. 아마 개인 부담금 50만원도 수치상 부담일 뿐, 실제는 현지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할 돈일 것이다. 만약 이들이 이번 여행을 포기하고 바로 수해현장으로 달려갔더라면 설사 위약금을 충청북도 예산으로 변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주민들은 박수를 쳤을 것이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충북도의회 의원들은 이들의 외유 하루 전날, 물 폭탄을 맞은 청주지역에 대해 정부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성명서의 잉크도 마르기도 전에 외유를 떠났다.

마치 “우리 집에 물난리가 나서 수습할 길이 없으니 도와주세요.”라고 나라와 이웃에 호소를 하고 정작 주인은 식구들을 데리고 관광여행을 떠난 셈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지방의원들의 관광성 외유 뿐 아니라, 불법과 부조리에 연루 되는 등 숱한 문제점이 노출됐었다. 기초와 광역을 가릴 것 없이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들의 직권남용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역기능이 판을 쳤다.

곳곳에서 사법당국의 심판을 받았다. 이에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대두되었으나, 그래도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훨씬 크다는 평가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누가 뭐라 해도 지난날 정부의 입맛대로 지방정치가 시행되던 시대와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주민들의 힘과 주민 위주의 행정이 이뤄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주민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면에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약 10개월 후에 또다시 지방 선거가 치러질 것이고, 약속대로라면 그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도 시행될 수 있다. 개헌의 주제는 대통령 중심의 막강한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을 나누는 것일 터이지만, 지방자치도 그동안 할 만큼 해보았으니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물론 개헌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공론화 해, 완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으나, 이참에 지방자치 제도까지 섬세하게 연구하고 논의를 해 더욱더 선진화된 지방자치로 발전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부실한 지방의원들과 단체장의 행태를 보아줄 수는 없는 것이다.

돈 푼이나 있는 사람만이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선거풍토, 즉 돈이 어른인 세상을 바꾸는 시민의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어렵게 촛불로 이룩한 민주화의 진정한 결실은 곧 국민의 의식개혁으로 완성돼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돈을 번 사람만이 어른으로 대접받고 유명인사가 되는 세상이다. 그렇기에 청문회에 나오는 인사마다 부정부패로 얼룩져 장관 하나를 제대로 임명할 수 없는 형편에 이른 것이다.

개헌이 시민정신까지 바꿀 수는 없지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각자가 노력한다면 우리도 선진 민주국가가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충북도의회 의원들의 잘못된 언행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것은 수준높은 유권자의 시민의식만이 이 나라의 정의를 바로 세울수 있다.

내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채 외유를 떠나는 비양심적이고 비상식적인 정치인들을 발본색원해 영원히 정치판에서 몰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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