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과 ‘따뜻한’ 정숙씨
윤이상과 ‘따뜻한’ 정숙씨
  • 전주일보
  • 승인 2017.07.12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에 있는 윤이상(1917~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 가족으로는 역사상 첫 방문이다. 김 여사는 윤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서 가져온 동백나무를 묘소에 심어 평생 고향을 그리워한 선생의 마음을 위로했다.

윤 이상은 생존 당시 현존 유럽 5대 작곡가로 꼽히는 등 빼어난 음악가로 평가받았다. 뉴욕 브루클린 음악원 교수들이 선정한 사상 최고의 음악가 44인으로도 선정됐는데 이 중 20세기 작곡가는 윤이상과 스트라빈스키 등 4인뿐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음악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일제 강점기 윤이상은 음악교사 시절 아이들에게 몰래 한글을 가르치다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해방 후 자유로운 영혼의 윤이상은 분단이라는 정치 상황을 뛰어넘었다. 독일을 무대로 활동하던 시절 그는 남과 북을 가리지 않았고 오직 고국, 동포로 대했다. 그러나 예술가의 영혼은 정치적으로 구획되고 조작됐다. 박정희의 중앙정보부는 1967년 윤이상·이응로 선생 등 문화예술인 192명을 ‘동백림(동베를린의 한자식 표기)을 거점으로 한 북괴 대남 적화 공작단’, 소위 간첩으로 발표했다. 옥고를 치르고 고국에서 추방돼 다시는 이 땅을 밟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 고국을 잊지 않았다.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축전 오페라 요청에 그는 한국 정신을 담은 ‘심청’을 내놨다. 1980년 광주민주항쟁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는 영원히’란 곡을 통해 민주주의와 광주시민에 대한 위로를 전했다. 또 분단 45년만인 1990년에는 평양에서 ‘범민족통일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김 여사의 이번 방문은 정권의 욕망에 의해 희생된 한 위대한 예술가를 지상으로 불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더욱이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기다. 독일을 중심으로 그를 기념하는 행사가 이어지고 국내서도 서울시향과 경기도립극단이 그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허나 그를 간첩으로 몰았던 박정희의 딸 전 대통령 박근혜는 그와 관련된 사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예산을 삭감했다. 심지어 그의 고향 통영에서는 시장이 수년째 그의 흔적 지우기를 하고 있다. 친일 부역자들에게는 작품은 작품대로 평가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세계가 존경하는 예술인에 대해서는 종북딱지를 들이밀며 예술혼을 향유하는 것조차 막아왔으니, 우리사회의 갈 길이 멀기도 멀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