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문제, 국가나 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묘지문제, 국가나 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 신영배
  • 승인 2017.07.12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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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지난 6월24일부터 오는 22일까지는 3년마다 찾아오는 윤달이다. 통상 윤달에는 조상의 분묘를 손질한다. 우리 조상들은 윤달에는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멈춘다고 생각했다. 자칫하면 부정을 탈 수 있는 일을 하는 데는 윤달이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윤달을 ‘손 없는 달’이라고 정하고 조상의 묘지를 개장하거나 보수를 해왔다. ‘손 없다’는 의미는 사람의 일을 방해하는 귀신이 없다는 뜻이다. 일 년 열두 달에 속하지 않는 윤달에는 궂은일을 해도 탈이 없는 달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요즈음 여름철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묘지의 사초를 하거나 옮기는 일을 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이 바람에 평상시 평당 5,000원정도 하던 잔디 가격이 이달 들어서 9,000여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들은 조상의 묘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심지어 자신이 하던 일이 잘못되거나, 잘되면 내 탓 보다는 조상 탓을 할 정도로 조상이 후손들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수년전까지만 해도 호화스러운 묘지가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거대 호화묘지가 곳곳에 들어섰다.

돈을 많이 번 기업인이나 권력이 높은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경쟁하듯이 멋진 묘지를 조성했다. 그 바람에 양지바르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 즉 풍수지리상 좋은 자리에는 예외 없이 묘지가 들어섰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나서 호화묘지 조성을 허례허식으로 단정하고 조성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을 정도로 전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어가고 있었다.

통계에 따르면 묘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 국토의 1%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서울 면적의 1.6배에 해당된다. 더욱 문제인 것은 관리인이 없는 무연고 묘지가 전체 매장묘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묘지는 주변의 환경 훼손은 물론 효율적인 국토이용을 크게 저해하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민편익을 위한 작은 공사라도 시행하려 계획하면, 어김없이 크고 작은 묘지들이 걸림돌로 등장했다. 이장 비용을 혈세로 지급하는 것은 물론, 공무원들이 분묘의 주인을 찾고 설득하느라 행정력마저 낭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한해 평균 사망자 수가 3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만약 이들이 모두 매장된다고 가정할 경우 여의도의 1.2배 만한 국토를 묘지가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서울은 2년, 수도권 전 지역은 5년, 전국은 10년 이내에 묘지공급은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다행히도 지난해에는 화장이 80%에 이르고, 자연장이나 수목장, 납골벽(납골당), 납골묘 등으로 장사문화가 변화되고 있어 묘지부족 현상 해소와 함께 묘지 관리로 인한 노력과 비용, 시간 등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농촌지역으로 아직도 전통문화의식이 강한 전북의 경우도 73.5%, 전주는 74%의 화장률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장사문화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묘지를 고수하려는 사람이나 아직도 매장을 고집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강제할 수 없고 마땅한 제제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장사방식이 가장 합리적일까. 한국인에게 조상의 묘지란 단순한 묘지 이상의 신앙처럼 대대로 물려내려 온 의식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사망한 사람을 어디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사회의 관심사였다.

며칠 전에 완주군 화산면 운곡리 일대에 자연장과 납골묘, 납골당 등 종합 장례시설을 조성중이라는 이를 만난 적이 있다. 전체면적 4888,000㎡에 매장묘지 18,000기, 납골묘 28,000기, 납골당 12,000기, 자연장 17,000기를 조성하는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는 재단법인 효정공원의 대표라는 분이 신문사를 찾아온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하여 매장묘지도 일부 수용할 계획이지만, 자연장과 납골묘, 납골당을 조성하여 국토의 잠식을 막고, 인근 대전과 충남 지역과 가까워 타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공원조성사업이 범위 면적 내에서 그 규모를 약간 조정하는 공사를 하는 도중에 설계대로 시행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공사 중지명령이 내려져 완공을 앞두고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었더라면 윤달 특수를 누릴 수 있었을 것이고, 공원이 위치한 화산면 지역경제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을 터인데, 민원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를 중단시킨 일은 퍽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 민원이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일도 아니고 단순히 설계 내용을 약간 변경하는 일이고 이미 설계변경 신청도 해놓은 상태이므로 행정이 민원인과 조정을 해주었더라면 지역경제에도 상당한 기여를 했을 거라고 했다.

사실 이런 일은 국가나 자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민간업체가 어려운 일을 시작하여 매듭짓는 과정에서 작은 착오가 있었다면 마땅히 시정하고 도와주는 게 새 시대의 행정이 아닐까 싶다. 완주군의 적절한 조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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