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박스
핑크박스
  • 전주일보
  • 승인 2017.07.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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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신장’, ‘여자들이 득세한다’ 등등의 소리가 한편에서는 요란한 이 시절에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로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이 있다. 그것도 한참 커가는 청소년들이다.

지난해 이맘때 쯤 ‘깔창 생리대’라는 충격적 단어로 저소득 청소년들의 생리 위생문제가 처음으로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당시 각계 각층이 지원에 나섰다. 허나 한철 장다리처럼 다시 잊혀지고 청소년들은 여전히 깔창 생리대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생리대 가격이다. 다른 생필품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독과점에 가까운 공급체계와 정부의 안이한 관리감독 탓이 크다.  정부는 생리대를 생활필수품으로 구분해 2004년 이후 부가가치세(10%)를 면제했다. 허나 세금감면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거꾸로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 4월 사이 생리대 가격은 비슷한 제품에 비해 3∼4배나 올랐다. 이 기간 화장지(5.9%)와 기저귀(8.7%)는 한자리 숫자에 머문데 반해 생리대는 25.6%나 올랐다. 소비자물가상승률(10.6%)과 비교해도 2배 이상 높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이미 상용화된 ‘생리컵’수입도 원천 차단했다. 생리컵은 개당 2만∼4만원대로 저렴하다. 위생적이고 반영구적이어서 여성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사용 중이다.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대안으로 부상한 것은 물론이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식약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이유로 국내판매를 금지했다. 여성문제를 연구하는 한 종교단체가 보급품으로 수입하려던 것마져 차단했다. 시민사회단체의 빗발치는 요구때문인지 뒤늦게 수입업체와 상담이 진행중이어서 국내 유입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 생리는 말 못할 고통이다. 위생은 말할 것도 없고 몸에 관한 문제여서 자존감에도 상처를 줄 위험성이 크다. 생리대는 선택재가 아니다. 여성청소년이면 반드시 사용해야하는 필수재다. 의식주처럼 공공재로 접근해야할, 사회적 대안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부터 ‘핑크박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원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자체들도 보급에 나선 가운데 광명시는 차상위 계층까지 지원범위를 넓혔다. 광주 자치단체들도 생리대 지원을 하고 있으나 광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인권도시라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이라는 이중 삼중의 취약 지대에 놓인 이들의 존엄에 보다 섬세한 눈길을 보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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