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
군함도
  • 전주일보
  • 승인 2017.07.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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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끔찍한 조합, 그러나 엄연한 현실이다. 보다 냉정히 말하자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란 화장발로 지옥의 참혹함을 덮어버렸다.

5일은 죽음의 섬 군함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만 2년째 되는 날이다.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항 근처에 위치한 이 섬은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고 해 군함도로 불린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다. 1890년대 미쓰비시가 해저탄광을 개발하면서 고층 아파트와 학교, 오락시설 등을 지을 정도로 한 때 번성했다. 1974년 폐광되면서 폐허로 변했다. 2015년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제철·철강·조선· 석탄산업’의 구성 자산 중 하나인 ‘하시마 탄광 흔적’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됐다.

문제는 이 군함도에 수많은 조선인의 원혼이 어려 있다는데 있다. 미쓰비시가 이 해저탄광을 개발하면서 1940년대 우리 국민을 강제 징용해 노동자로 활용했고 그 과정에 수백 명이 죽어갔다. 강제 징용된 것도 모자라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노역에 시달리다 이름도 없이 죽어간 수많은 원혼이 어린 곳이다. 이곳이 강제노역의 흔적은 아랑곳 않고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문화’의 이름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이같은 지적에 일본은 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하면서 ‘1850∽1910년’까지만 명시했으므로 강제징용역사는 해당이 안된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세계유산 등재 심사 전, 일본에 해당 유산의 전체 역사를 밝힐 것을 권고했다. 이코모스가 권고한 기한은 올해 12월까지다. 그러나 현재 군함도 관광안내 어디에도 조선인 강제징용의 역사는 없다. 그렇게 또 우리의 한 많은 역사의 한 장이 한낱 관광의 껍질로 소비되며 영혼이 머물 공간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군함도 세계유산 등재 2년을 맞아 다양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언론은 군함도 진실 추적에 나섰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군함도에서 자행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상을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전광판에 띄웠다. 영화계도 나섰다.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소지섭·황정민·송중기 등이 가세한 ‘군함도’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군함도 해저탄광에서 강제노동으로 끔찍한 삶을 살아야했던 조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리가 일상을 즐기는 사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억될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는지, 영화가 많은 질문을 던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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