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빨리 열어라
국회, 빨리 열어라
  • 임현철
  • 승인 2008.06.2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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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빨리 열어라

제18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지난 달 30일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임기가 개시된 지 한 달이 되었는데도 여・야간 쇠고기 수입 파동의 정국에 꼬여 원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민노당 등 야 3당이 쇠고기 재협상 선언 때까지 등원을 거부키로 결정했고, 한나라당도 단독 개원은 강행하지 않기로 한데 따른 것이다. 국회는 의장과 부의장을 각각 선출하고 각 상임위원회 별로 전체 국회의원 299명을 나눠 배치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등원을 거부하는 일부 정당 때문에 국회가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때마침 엊그제 국회사무처는 제18대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를 지급했다. 국회가 지급한 세비는 1인당 901만 2620원이다. 일도 안하고 빈둥대는 299명의 의원들이 받아 챙긴 돈은 총 26억 9477만 3380원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은 차량 유지비 등으로 180만원을 더 받는다. 보좌관, 비서관 급여로 나가는 돈도 월 2300만원 꼴이다. 이들이 타간 세비 외에 지급되는 돈은 모두 피땀 흘려 일한 국민들의 세금이다. 299명의 의원들에게 생활비를 대주는 국가 예산이 매년 1400억 원 대에 달하니 그런 부담을 감당하느라 납세자는 허리가 휠 지경이다.
유권자들이 놀고먹는 국회의원을 뽑자고 귀중한 한 표를 줬을 리는 만무하다. 국회법도 임기 개시 7일 내에 최초의 회의를 열도록 법률로 돼 있다. 하지만 정신 나간 의원들은 민심을 깡그리 무시해 버렸다. 모든 국민이 지키는 법을 제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인 국회가 스스로 법을 무시하고 개원날짜를 어긴다는 건 국민을 우롱한 격이다.
지난 17대 국회 4년 동안 의원 1명이 사용한 국민 세금은 19억 원에 이르지만 근무일수는 162일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회의원이 하루 평균 5건 꼴의 발의 법안 중 처리된 법안은 1건 꼴로 역대 최저 통과율을 기록했으며, 법안 1건 통과에 3억 원 가량의 막대한 비용이 쓰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결과는 17대 국회가 여・야간 정쟁으로 파행을 겪은 기간만 200여일 이상인 데다 의정활동에 대한 의원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이 부족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17대 의원이 4년 임기동안 본회의와 상임위, 특위, 청문회 등 공식 활동에 참여한 시간은 평균 1295시간 4분이며, 이를 하루 8시간 근무로 환산하면 162일 일한 셈이다. 4년 임기를 감안하면 1년에 40일 정도 일하고 꼬박꼬박 세비를 챙긴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최근 ‘상시국회’ 필요성을 주장했다. 옳은 일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기국회나 임시국회를 없애고 언제든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국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만약 일도 안하면서 세비만 타가는 의원이 있다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한 만큼 세비를 받는 일당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바른 사회 시민회의는 지난 4년간 본회의 또는 상임위에 3분의1 이상 결석한 여・야 의원 25명을 ‘불성실 국회의원’으로 규정, 서울 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여기에는 민주당 11명 한나라당 9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제 우리 국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의정활동이나 평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의원들의 질을 높임과 동시에 의원 개개인의 책임감과 성실성을 강화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의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표자이다. 국회란 전국적 차원의 정치적 과제에 관한 입법적 기능을 수행하고, 국가예산의 심의 의결을 하며, 중앙정부를 감시 비판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이렇게 중차대한 특수 임무를 띠고 있는 국회가 제구실을 못한다면 말이나 되겠는가. 산적한 민생문제, 살림이 바닥난 서민들의 아우성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의원들의 무대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다. 이유가 무엇이든 국회 개원을 볼모로 삼는 후진 정치에서 벗어나 빨리 국회를 열어라. 국회를 열어야 장관이든, 총리든 불러서 책임 있는 답변도 듣고 촛불집회 여대생 폭행사건을 경찰청장에게 따질 수도 있지 않겠는가? 속히 국회를 열어라. 신영규/수필가・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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