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포만갯벌생태공원
줄포만갯벌생태공원
  • 신영배
  • 승인 2017.06.2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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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 / 대표이사

필자는 최근 객지생활을 정리하고 어렸을 적 자랐던 부안 줄포에 새둥지를 틀었다. 고향의 자연 가운데로 돌아가 살면서 전에 없던 여유가 생기고 아득히 그리웠던 갯냄새를 맡으며 사는 이 마음은 행복이라는 말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듯하다.

내 행복을 시샘하듯, 주말과 휴일이면 도회지에서 살고 있는 형제들과 어렸을 적 친구들의 발길이 잦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생 후반에 고향에 둥지를 틀은 필자의 처지에 대해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고향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아마도 이 땅의 모든 남성의 로망일 것이다.

내 고향 줄포는 지리적으로 고창군과 정읍시와 인접한 부안의 남쪽 끝자락에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으로 만을 형성한 작은 포구다. 지난시절에는 그 유명한 칠산어장의 중심어항으로 비린생선냄새와 돈 냄새가 넘치던 고장이었다. 어부들이 인근 칠산바다에서 잡아온 각종 생선이 줄포어업조합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

보름에 한 번씩 다가오는 조금 물때가 되면 선창에는 고깃배와 어부, 생선을 팔고 사는 중개인, 그리고 경향각지에서 장사를 하러 몰려온 장사치들이 어우러져 흥청거렸다. 필자가 중학교를 다니던 지난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줄포 선창가에는 뱃사람들과 지분냄새와 교성이 어우러지는 술집으로 가득했다.

당시에는 “선창가에 가면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돈이 흔했다. 80년대 이후 줄포만은 내륙에서 밀려든 토사가 갯벌 바닥을 높여 포구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후 줄포지역의 경제력도 약화되어 서서히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졌다.

그저 줄포라는 지명은 이곳에서 살았던 고향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기억될 정도로 존재감을 잃었다. 반면 인근의 곰소항은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세를 자랑하며 수십여 년째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든다.

세상사는 돌고 도는 것이라 했던가. 최근 들어 포구를 잠식해서 줄포항을 사라지게 했던 갯벌이 되레 부안과 줄포사람들에게 큰 희망으로 다가서고 있다.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곳 갯벌이 ‘람사르습지’로 지정됐을 뿐 만 아니라, 갯벌생태공원이 조성되어 내방객들의 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갯벌은 항구의 기능을 상실케 하면서 줄포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었으나,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선물로 되돌아와 이 시대의 희망이 되었다. 줄포는 만조 때, 큰 비가 내릴 경우 빗물이 바다로 나가지 못해 줄포 시가지가 침수되는 일이 잦았다.

또 백중사리 등 바닷물 수위가 최고조에 달할 때에는 바닷물이 시가지로 유입되는 일도 허다했다. 바닷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부안군은 이곳 갯벌지역에 방조제를 조성한 후 커다란 저수지 같은 물주머니를 만들었다. 방조제로 바닷물의 유입을 막고, 비가 많이 올 때 줄포시가지의 침수를 방지하려는 토목공사였다.

갯바닥이 높아져서 항구의 기능을 상실한 이후, 물주머니 10여만평의 부지에 갈대숲을 비롯한 함초 등 염색식물 군락지가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해국, 찔레꽃, 해당화, 바다강아지풀 등 식물과 작은 바다생물이 어우러져 그야말로 원초적인 생태공원으로 탈바꿈하였다. 탐방객이 쉬어갈 수 있는 나무그늘 등 공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는데, 당국의 부단한 노력으로 수백여 그루의 나무들이 공원 곳곳을 차지하며 쉼터가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여기에 가족단위의 탐방객들이 야영을 할 수 있는 캠핑장과 수목원, 식물원, 공원, 미니 골프장 등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서 올 여름 휴가철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 군산에서 살고 있는 막내 동생 부부가 줄포갯벌생태공원을 찾았다. 동생부부는 줄포생태공원의 규모와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다. 찾아오는 사람들마다 갯벌의 생소한 생태에 감탄을 거듭했다.

부안에 또 하나의 멋진 생태체험장이 생긴 것이다. 필자는 줄포갯벌생태공원이 계획대로 완공되는 내년 이때쯤에는 서해안 최고의 볼거리를 자랑하는 천혜의 명소로 자리매김 될 것을 확신한다. 실제로 전북의 갯벌은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줄포만 갯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갯벌은 학술적이나 생태적 측면에서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할 유산이다. 갯벌에서 자라는 자생화와 염생식물의 자태는 일반 공원에서는 볼 수가 없다. 부안은 변산반도의 아름다움과 바다와 들을 보유한 최고의 관광지다.

줄포갯벌생태공원이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게 되면 줄포는 물론 나아가서는 부안군과 전라북도의 발전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 당국 또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줄포갯벌생태공원 조성과 발전에 박차를 가해 아름다운 생태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내 고향 줄포와 부안, 그리고 전북의 미래가 이곳 줄포갯벌생태공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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