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도에서 본 문재인 대통령
신시도에서 본 문재인 대통령
  • 신영배
  • 승인 2017.05.3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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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이사

어제 제22회 바다의 날 기념식이 새만금 신시도에서 열렸다. 바다의 날 행사는 전국에서 지역별로 소규모 행사로 열렸었는데, 이번에는 신시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주관 행사로 열려 전북으로서는 퍽 의미 있는 행사를 치른 셈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새만금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기념사의 첫머리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사업의 방향과 추진 속도까지 확실하게 언급하는 등 도민들을 기대에 부풀게 했다. 문 대통령은 농생명과 환경생태, 국제협력과 신성장, 해양관광레저의 중심으로 개발하고 중국과 경제협력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그동안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점을 의식하여 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하면서 매립과 인프라 구축을 서둘러 환황해 경제권의 중심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바다를 포기하고 강국이 된 나라는 없다.”는 말로 해양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대통령은 “바다는 안보이자 경제이며 민생입니다.”라며 해양력의 한 단계 도약을 약속했다.

새만금은 1991년11월에 착공해 20년 째 되던 2010년에 완공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간척지 대부분이 매립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새만금 사업은 이제야 내부 도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만큼 지지부진하다. 새만금 특별법이 제정되고 그에 따른 새만금 개발청이 만들어졌지만, 법은 법대로 놀고 정부 투자는 한창 자라야할 청소년에게 미음 몇 수저 떠먹이는 정도의 한심한 수준이었다.

역대 정권마다 사업추진을 약속했지만, 정권 초기에 마지못해 주는 척만 하다가, 사업 우선순위에 밀려 여태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 일을 두고 전북 사람들은 이 사업이 경상도에서 진행되었다면 이미 오래전에 완공되어 새 도시가 만들어지고 거대한 새 경제권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무관심한 정부를 원망했었다.

지난 일을 새삼 뒤적거릴 필요가 있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하도 여러 번 같은 일이 반복되는 걸 지켜보아 온 필자로서는 어제 문 대통령의 약속조차도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슬며시 든다. 왜냐면 전북의 일이라면 쌍지팡이를 짚고 달려들어 훼방을 놓는 인물들이 주변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어제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새만금 관련 예산은 전북이 요구한 예산액이 절반 수준에 그쳐 역시 ‘우는 아기 빈 젖 물리듯’했다는 소식이다. 아직 확정된 예산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말만 푸짐하고 실속은 없는 결과가 되어 새만금 사업이 ‘빈 젖만 빠는’ 형국이 될까 걱정이다.

국민들이 지금 문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것은 지난날의 권위주의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그간의 언행을 믿기 때문이다. 어제 바다의 날 행사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 모인 시민들에게 90도 배꼽절로 고마움을 표시했고, 기념사에서는 “사랑하는 전북도민과 군산시민 여러분! 언제나 너른 마음으로 품어주신 여러분께 오늘 이 자리를 빌려 깊이 감사드립니다.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는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라고 했다.

전국 최고의 지지율을 보여준 전북인들에 대한 고마움과 그 것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그 자리에서 그 다짐의 말을 듣던 필자의 가슴에도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데 회사에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내년도 새만금을 포함한 전북 예산에서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 사업비가 대폭 삭감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와 있었다.

물론 그 예산안에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예산이라는 게 단기계획으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고, 세입의 범위에서 편성되는 것이므로 중장기 계획을 수정해야 하고, 한 군데 예산이 증액되면 다른 예산이 감액되어야 한다는 사정을 생각하면 향후 예산의 증액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대폭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하다. 뭔가 특별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고는 이제까지의 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도민들의 갈증은 풀어질 수 없을 것이다.

여태 ‘녹두밭 윗머리’로 취급되어 사업의 우선순위에 밀리기만 했던 전북을 앞에 두어달라고 떼를 쓰기 보다는 다른 지역에 빠지지 않는, 동등한 순위에 전북이 위치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북의 친구가 되겠다는 약속, 꼭 지키겠습니다.”라던 그 말을 잊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은 전북도민 모두 같은 것이리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이 친구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랑이 남 다르듯, 친구인 전북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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