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法)도 아니다
법(法)도 아니다
  • 신영배
  • 승인 2017.04.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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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 대표이사

12일 새벽 휴대폰이 울렸다. 잠결에 들여다보니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는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속보였다. 전날 저녁, 필자의 아내는 우 전 수석의 구속당위성을 역설하며 만약 기각된다면 “법도 아니다”라고 했다. 아마 대다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4월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에 관련된 모든 인사들이 모두 구속돼 재판중이거나 검찰의 기소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우 전 민정수석의 사전구속영장 영장실질심사가 이번 게이트의 마지막 절차였다.

언론에 보도된 우 전 수석의 범죄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차고도 넘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박영수 특검은 영장이 재청구 된다면 우 전 수석은 100% 구속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법원은 두 번씩이나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담당했다. 그는 우 전 수석의 "혐의 내용에 관하여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아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지난 2월 박영수 특검이 우 전 수석에 대해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오민석 부장판사가 내세운 기각 사유와 흡사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검찰이 부실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법원 또한 형평성을 무시한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민정수석이란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한마디로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업무를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실 소속 10개 수석 가운데 가장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자리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에 이어 권력서열 3위로 언급되기도 한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등 4대 사정기관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물론 민심 동향 파악, 사직 및 공직 기강 확립, 법률 보좌, 인사 검증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취급하고 있으며, 더욱이 대통령과 관련된 정보에는 어느 누구보다 밝은 사람이다.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측근들의 동태를 파악, 수시로 대통령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돼 있다. 그런 우 전 수석이 최순실을 모른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아니다.

우 전 수석은 검찰 내부에서도 대단히 명석하고 정보에 밝아서, 그 정보력 때문에 상급자들도 함부로 하지 못했던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최순실을 모를 수 있는가? 김기춘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다가 결국 “왜 모르겠느냐?”고 했듯이, 그도 오래지 않아 “내가 왜 모르겠느냐?”고 자복하는 날이 있기를 바란다.

더욱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나 요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문체부 공무원들을 좌천시키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목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도 적시돼 있다.

또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인명구조에 따른 책임을 규명하고자 해양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무마하고자 입김을 불어넣은 정황도 특검에 의해 포착돼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럼에도 법원은 두 번씩이나 우 전 수석의 범죄혐의에 대해 같은 이유를 들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물론 우리나라는 피고인이 유죄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또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 전 수석 구속영장 기각은 이미 구속돼 있는 관련 피의자들과의 형평성은 물론 국민의 법 감정을 무시한 법원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피의자의 방어권은 법으로 보호돼야 함은 마땅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 전 수석의 경우는 일반 피의자와는 상당히 다르다. 그는 국가 최고 책임자의 명을 받아 민정을 책임지는 수석으로 대통령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는 촛불의 힘으로 권력 최고봉의 자리에서 낙마를 한 사실상의 피의자다. 그는 법에 따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다. 앞으로 검찰은 명확한 보충수사를 통해 법을 악용한 ‘법 꾸라지’의 최후가 어떤 모습인지 동료 선후배 법조인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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