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와 구태(舊態)
꼼수와 구태(舊態)
  • 신영배
  • 승인 2017.04.05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 / 대표이사

세월호가 3년 만에 수면위로 떠오르고, 노란색만 봐도 질색을 한다는 최순실과 그를 신주단지 모시듯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돼 조사를 받거나,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이제 진정한 봄이 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는 박정희 시대부터 길들여진 강한자의 편에 서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힘의 논리’와 식민 사관을 비롯해 각종 꼼수와 구태가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만연해 있다.

꼼수는 순 우리말이다. ‘수’ 가운데에서도 수준이 낮고 치졸한 수를 이르는 말로, 흔히 소인배나 사기꾼이 사용하는 비겁하고 사기성이 농후한 일 처리 방법을 말한다. 한마디로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지칭한다. 또 구태는 문자 그대로 지난날의 뒤 떨어진 모습이나 태도를 말한다.

‘5.16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박정희 정권은 국민에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철학을 머릿속 깊이 각인시켰다. 즉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는 뜻이다.

올 봄에 연인원1,600만명의 국민들이 비선과 함께 나라 정치를 소꿉장난하듯 농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법정에 세우기 위해 촛불을 들었다. 무섭게 타오른 촛불은 그를 파면하고 마침내 서울구치소에 구속하여 조사를 받으며 검찰의 기소를 기다리게 했다. 이를 두고 지구촌 곳곳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다.

비록 지금 중국과 미국의 틈바구니에서 찌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대 전기(轉機)를 맞이하고 있다. 바람 불면 꺼진다던 촛불은 혼란과 방종의 중심세력을 태워 쫒아내고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 위에 정권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촛불혁명은 역사에 빛날 불멸의 시민혁명으로 기록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전북에서는 촛불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촛불 정신을 망각한 일이 벌어져 보는 이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고 있다. 오는 12일 전북도의원(전주4)과 완주군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또 5월9일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전주시의원(전주마)을 뽑는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보궐선거의 양상 역시 국민의당과 민주당 후보가 경쟁하는 구도다. 하지만 전북도의원 선거에는 민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이던 도의원이 비리로 재판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 112조에는 자당 의원이 부정부패 등으로 직을 상실할 경우 후보는 공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 전북도당은 “민주당이 무소속으로 출마를 한 김이재 후보를 사실상 내천을 하고 선거운동까지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주장이 사실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입만 열면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는데, 벌써 민주당의 한쪽이 곪아 있다면 말이 아니다. 적폐란 우리도 모르게 실생활에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이다. 달리 표현하면 잘못된 관행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외에도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홍준표 등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주장하고, 박근혜도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마다 들먹이던 소리다. 물론 적폐의 기준은 제각각일 것이다.

이 일을 두고 민주당 전북도당은 “당원들이 개인적인 의견에 따라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도당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선거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겉으로는 그럴듯한 해명이다. 그야말로 순수한 마음으로 개인적 소신에 따라 무소속 후보를 지지한다는데, 무슨 이견이 있겠는가. 더욱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하니 더더욱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시중에서는 이번 보궐선거는 1개월 후 실시되는 대통령 및 내년 지방선거의 전북지역 풍향계가 될 수 있어 각 당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당헌 112조의 포괄적 의미는 자당 출신 의원이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과 관련, 속죄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공천을 하지 않았으면 당 차원의 어떤 뉴앙스도 풍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개인적인 친분이 있더라도 지원을 하지 말라는 민주당의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옳다.

민주당은 지금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작은 문제로 민심이 흔들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유권자들은 촛불혁명을 겪으며 더 영악해졌고 현명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