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같은 지도자 “어디 없소?”
히딩크 같은 지도자 “어디 없소?”
  • 신영배
  • 승인 2017.03.2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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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 대표이사

2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축구대표팀과 시리아대표팀이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7차전 홈경기를 치렀다. 경기가 시작되자 시리아는 힘을 바탕으로 하는 특유의 압박축구로 한국을 압도했다. 다행이도 홍정호 선수가 전반 4분 만에 행운의 골을 넣었다.

코너킥 때, 시리아 선수가 급하게 차낸 볼이 페널티 정면에 있던 홍정호 선수의 왼발에 걸려 그대로 시리아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골을 넣은 후 한국은 시리아의 빠른 역습과 체력을 바탕으로 하는 힘의 축구에 밀려 무기력한 경기로 일관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은 물론 TV를 통해 한국축구를 응원하던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어야만 했다. 팀의 주장인 기성용과 몇몇 선수의 투혼이 돋보였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경기력은 국가대표라고 하기에는 수준 이하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비와 미드필더, 공격수 모두 허둥댔다. 심지어 축구공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운이 좋아 승리를 한 것이지 결코 실력으로 이긴 경기는 아니었다.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구기 종목은 선수들의 개인능력, 즉 개인기가 우선이다. 개인 경기력이 뛰어나면 팀의 탄탄한 조직력은 당연하다. 그 다음이 감독의 전술이다.

씨름선수는 기술과 힘을 동시에 보유해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아무리 기술이 좋다 해도 힘이 부족하다면 기술이 먹히지 않는다. 또한 힘이 좋아도 기술이 없으면 그 힘을 응용할 수 없다.

축구경기도 개인기량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준 높은 경기력을 유지할 수 없다. 더욱이 감독이 요구하는 전술을 제대로 펼칠 수 없다. 유럽축구가 흥행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선수들의 높은 경기력이다. 여기에 축구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기는 수준 높은 관중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전을 마친 후 주장인 기성용 선수가 동료 선수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지금처럼 플레이 하면 그 어떤 지도자가 와도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공을 패스하면 관리를 하지도 못하고 다 뺏기더라. 대표 팀 수준이 아니었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통렬한 비판을 내놨다.

그는 “경험에 비추어보면 대표 팀의 성적이 나빠지면 선수의 경기력은 문제 삼지 않고 애꿎은 감독을 교체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었다”고 말했다. 기 선수의 주장은 아무리 훌륭한 감독이 대표 팀을 맡는다 해도 경기장에서 선수 개개인의 노력과 발전 없이는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다. 필자 또한 기성용 선수의 일침에 대해 동의를 하지만 감독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4강 신화를 연출한 히딩크 감독은 당시 무명의 선수들을 국가대표로 발굴해 일약 한국축구를 세계 4강으로 올려놓았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는 박지성, 이천수, 윤정환, 유상철 등이 그가 배출한 선수들이다. 그는 자신의 전술을 펼칠 수 있는 대표 팀을 구성하기 위해 K리그는 물론 외국에 나가있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그 결과 그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연출했다. 그는 유럽이나 남미의 선수들보다 부족한 한국선수들의 개인기량을 보완하기 위해 강한 체력을 선택했다. 그는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체력을 유지해야 기량이 뛰어난 유럽과 남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당시 히딩크 감독의 생각을 축구계와 언론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나서서 전술도, 전략도, 기량도 없는 사상 최악의 대표팀 감독이라는 혹독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선수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통해 자신의 축구철학을 전수했다. 한국은 개막전인 폴란드전에서 상대선수들을 압도하는 체력과 기량을 바탕으로 2-0으로 이겼다.

이후 미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축구강국과의 승부에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이 같은 결과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선발해 조련하는 능력을 갖춘 감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인 셈이다.

국가를 경영하는 일도 축구 감독의 역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좋은 인재를 골라 적재적소에 앉히고, 그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소통하고 관리하는 게 대통령이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소통은 고사하고 그 중요한 인사문제를 샤먼에 의지하여 어지럽히고, 국정을 농단하게 했다.

그 결과로 국민에 의해 파면되고, 급기야 박 전 대통령이 오늘 법원에 나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죄는 법대로 심판될 것이고, 법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리라고 믿는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40여일을 남기고 있다. 국민들은 이 어려운 난국을 시원하게 풀어가는 데 적합한 히딩크 감독 같은 인물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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