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
'생존의 촛불'을 들어야 할 때
  • 신영배
  • 승인 2017.03.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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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전주일보 대표

새벽에 잠이 깨었는데 방안이 환하다. 웬일인가 하고 커튼을 젖혀보니 눈이 하얗다. 눈을 좋아하는 풍산개 '산'을 데리고 새벽 산책에 나섰다. 많이 온 눈은 아니었지만, 나무도 오솔길도 집들도 모악산도 모두 눈으로 하얗게 덮였다.

평소 눈에 거슬리던 볼썽사나운 쓰레기나 오물들이 모두 하얗게 덮여 다른 세상을 연출했다. 눈밭을 달리고 구르며 좋아하는 '산'을 보며 강아지의 마음도 깨끗하고 밝은 것을 좋아하는가 싶었다.

그렇다. 강아지도 깨끗하고 밝은 세상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는 언제부터인가 어둡고 음침한 기운이 감돌더니 최근 들어서는 모든 일들이 드러나지 않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정부의 공식기구는 있으나마나 하고, 보이지 않는 비선이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이상한 나라로 변질됐다.

청와대라는 거대한 국가조직이 비선의 뒷바라지와 함께 검찰과 사법부 길들이기, 블랙리스트로 문화계 길들이기에 쓰였다. 대통령은 국민 안전이나 권리는 나 몰라라 젖혀두고, 얼굴을 고치고 효력미상의 주사를 맞으며, 드라마나 챙겨보는데 열심이었다고 한다.

내각을 꾸리는 데도 비선이 인물을 추천해주고, 청와대의 측근도 비선의 수하를 데려다가 그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았음이 특검의 수사로 밝혀졌다. 모든 공식석상의 발언을 비선이 통제하고 지시하였고, 담당 비서는 비선의 결재를 받는 일에 주력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그저 공주처럼 살아오면서 제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그럼에도 그에게 최고의 권력을 만들어준 국민의 실수라고 치부하기엔 오늘의 현실이 너무 어렵고 답답하다.

경제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대통령과 부동산 투기에만 밝은 순실이가 이끌어온 정부에서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나올 수 없었던 건 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정권 초기부터 거의 모든 중요 인사를 최순실이 체크하고 추천했기 때문에, 잘난 언론들이 하마평을 쓰거나 예측했던 인사는 거의 의외의 인물로 낙점이 되었다.

순실이 주변에 있는 하찮은 인물들이 알음알음으로 “추천한 사람들이 장관이 되고 요직에 앉는 걸 보며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그 결과 오늘날 국민부채가 사상 최대로 늘었고,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우리 금리도 덩달아 올라 가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자부담 때문에 다른 지출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매출이 줄게 되어 경기가 위축되고, 경기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나라 경제는 최악의 수준에 이르렀다.

불확실한 장래에 투자도 이뤄지지 않고 기업은 살아 남기위해 자꾸만 인력을 감축하는 바람에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더욱이 대통령이 비선과 합작한 사실로 정권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사람이 갑자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국민과 협의도 없이 들여오기로 작정하는 바람에 중국과의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사드 도입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우리에게 경고를 해왔다.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국회에서 의결되고 헌법재판소가 인용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는 마치 작전을 하듯 서둘러 사드를 들여왔다.

이미 선발 장비가 도착하고, 사드부지에는 철조망이 둘러지고 민간인 출입을 막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던 정부가  무엇을 하자는 짓인지 모르겠다.

그 결과가 지금 이 순간도 중국은 한국경제의 목줄조이기가 한창인데 그동안 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은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었다. 그래놓고 연일 강화되는 중국의 압력에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벌써 관광수입 손실이 20조에 이르고, 이미 중국에서 반한 감정이 크게 일어나 한국 상품 불매운동과 한국기업에 대한 제재가 강력해지고 있다는데,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말이 없다.

아울러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 한국이 사드를 들여오는 명분을 만들어주고 있다. 사드가 들어와야 한국과 중국이 대립하게 되고, 자연히 북한과 중국과의 소원한 관계가 해소되어 러시아와 삼각 축을 이루는 동맹이 굳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부가 해온 모든 일은 축구로 가정하면 자살골만 연달아 먹은 셈이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와 가까워지면 그들의 도발은 이제까지의 수준보다 훨씬 더 심해질 수 있다. 든든한 형님들이 뒤를 받치고 있으니, 백령도와 연평도 침공도, 서울 한복판에 장사정포도 날릴지 모른다.

10일 오전 11시 어리석고 무능하고 사악한 정권의 우두머리가 탄핵인용으로 잘려나갈 확률이 높은 가운데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또다시 '생존의 촛불'을 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으로 씁쓸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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