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부리지 마라’
‘꼼수 부리지 마라’
  • 신영배
  • 승인 2017.02.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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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 대표

개구리가 기지개를 폈다. 울음소리가 제법 당차다. 봄이 온 것이다. 엊그제 입춘이었는데, 우수를 지나 경칩이 눈앞이다. 하지만 국민의 가슴은 아직 엄동설한이다. 특검과 대통령 탄핵정국이 맞물려 정치권은 물론 온 나라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비상시국이다. 그럼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는 혼란스런 정국을 추스르기는커녕, 오히려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정국을 혼란으로 빠트린 박근혜 대통령 당사자가 갖은 꼼수를 부리며 국정농단에 이어 이번에는 헌법농단을 서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시시하고 치사한 수단이나 방법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짓을 할 때, “꼼수 부린다.”고 말한다. 그렇다. 꼼수는 수준이 낮고 치졸한 수를 이르는 말이다. 흔히 소인배나 사기꾼들이 사용하는 비겁하고 사기성이 농후한 일 처리 방식을 지칭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변호인단, 그리고 자유한국당, 박사모 등의 수구세력들이 똘똘 뭉쳐 특검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직무유기를 넘어서 준엄한 헌법판단마저 자신들 입맛대로 주무르려하고 있다. 공권력인지, 개인권력인지, 헷갈릴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보안이라는 이유로 막아 합법적 공무집행을 방해했다.

박 대통령은 헌재에 출석할 경우 재판부와 소추위원의 신문해야 한다는 원칙조차 지키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꼼수를 넘어 ‘직무정지대통령’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한 상식 밖의 생각이다. 재판정에 피소추인의 신분으로 나가서 내 맘대로 할 말만하고 묻는 말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니, 헌법재판소를 동네 사랑방쯤으로 아는 몰상식에 다름 아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박근혜 일당들은 하나같이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백번 천 번, 양보해도 이들의 주장에는 논리도 없다. 입만 열면 애국이고 국민이더니 그 모든 말이 모두 거짓이고 위선이었음을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상식 밖의 일들을 주장하거나 꾸미는 걸까. 헌재의 심판을 늦추어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면 7명의 재판관 가운데 2명만 반대의견을 내도 탄핵이 기각되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이 기각되는 것을 가정할 경우 특검이나 검찰의 기소는 불가능해진다. 반면에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신분을 잃은 일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런 경우를 피해보겠다고 갖은 꼼수를 부리며 특검연장 반대와 헌재재판 일정을 늦추는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헌재에서 선고일자를 지정하면 선고일 이전에 자진해서 대통령직을 내려놓겠다는 시나리오도 점쳐지고 있다.

자신의 죗값을 인정하고 반성해서 하야하는 게 아니라, 탄핵 1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불명예를 피하고, 전직대통령의 예우도 받으려는 고육책이라고 판단된다. 참으로 가증스럽고 교활하고, 구차하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추앙받으며 손짓 하나에 온 나라가 울고 웃던 보수의 아이콘답게 특검 대면조사도 하고, 헌재에 출석해 소추위원과 재판부의 신문에 응하여 자신의 처지와 입장을 진솔하게 밝혔다면 심성 고운 대한민국 국민들이 동정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젠 박 대통령 측의 그 어떤 조치도 늦었다. 정국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지쳐버린 것이다. 일반적인 삶의 현장에서 다툼이나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다. 진심으로 잘못을 고백하고 자리에서 물러나 처벌을 받겠다고 했더라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다.

촛불이 밝혀진 광장에서의 첫 목소리는 “대통령직 하야”였다. 이에 그는 필요할 경우 검찰조사를 성실하게 받겠다는 담화를 내놨다. 그러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꼼수를 부린 것이다. 그러자 촛불은 ‘탄핵’을 요구했다. 탄핵이 가결되자 태극기를 든 박사모 부대를 동원하는 등 버티기 꼼수로 민심과 맞섰다.

이에 촛불은 탄핵과 구속을 외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 아니 용서할 수 없다.”로 민심이 돌아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4.19에 버금가는 국민적 혁명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로 민심은 폭발직전에 이르렀다.

임계점에 달한 국민감정에 꼼수는 폭발을 부르는 촉매일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외길이다. 청와대의 미련을 버리고 사퇴하여 잘못을 빌며, 특검을 연장하여 조사를 성실히 받고, 함부로 태극기를 흔드는 무리들이 자숙하도록 하여 재판정에서 다소라도 정상참작의 조건을 만드는 길이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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