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 신영배
  • 승인 2017.02.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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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엊그제 오랜만에 만난 처제가 말했다. “드라마 보는 것보다 뉴스를 듣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무슨 말인가 했더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야기였다. 어제 술자리에서도 박근혜의 무지와 그 부역자들을 향해 질타하는 목소리만 들렸다.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의 국정농단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특검 수사에 대응하는 짓거리 또한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작태다. 일일이 글로 기록하기에도 멋쩍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탄핵선고가 이달 중에는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검의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언론에 날짜를 노출시켰다는 이상한 이유로 거부하고 나섰다. 거짓은 새로운 거짓을 양산한다. 그 거짓을 둘러대고 꾸미려고 또 다른 거짓을 만든다. 그러나 거짓은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느라 달 보는 걸 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본질은 보려하지 않고 곁다리만 내세우는 본말전도와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와 그 부역자들은 재작년에 일어난 ‘정윤회와 십상시 문건’ 파문 때에도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은 제쳐두고 국가문서 유출로 몰아 본말을 전도했다. 지금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 조응천 의원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하다가 이 때 공직에서 물러났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에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을 때에도 똑같은 전략을 썼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에 대한 감찰내용을 기자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국기문란’ 혐의를 뒤집어 씌워 이 감찰관을 몰아세워 사퇴하게 했다. 그리고 국정조사조차 할 수 없게 감찰관실 인력을 모두 없앴다.

그렇게 감추고 덮으며 본질 흐리기 작전을 폈지만, 썩은 냄새는 아무리 덮고 가려도 퍼져 나오듯, 국정농단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분노한 민심은 촛불을 들어 나무랐고, 국회는 탄핵으로 대통령의 죄를 물었다.

헌재는 헌법파괴와 범죄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자 조속히 탄핵을 결정하려 하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대통령은 결정을 늦추는 일에 매달려서 비열한 수단도 서슴지 않는다. 아울러 특검의 청와대 조사도 거부하고 대면조사도 피하고 있다.

예상한 대로 박근혜 변호인단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헌재의 대리인 변론을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 까발리기로 몰아가고 있는 양상이다. 가정법원 이혼재판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편력과 아편 등의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사안의 본질을 혼란시켜, 다소나마 국민여론을 바꿔보자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처지가 아무리 그렇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대목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이다.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 자격이 미달인 박근혜와 그 부역자 최순실의 국정농락이다. 그럼에도 고영태와 최순실의 불륜 운운하면서 본질을 전도하려는 주장은 달은 보지 말고 손가락만 보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리인단의 주장은 곧 의뢰인의 생각으로 간주돼 바꿔 생각해보면 박 대통령이 두 사람의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로도 풀이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며 이게 과연 대통령이라는 사람과 그 주변 인물들의 민낯이라니 그런 사람을 뽑아준 국민의 마음은 부끄럽기만 하다.

TV 화면에 비춰진 ‘탄핵반대’ 집회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나온 참여자들이 상당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양국의 국기는 과연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 것이진 잘 모르겠지만,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이다.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흔들며 색깔론을 퍼뜨리기에 열중했다. 촛불을 든 국민과 탄핵을 결의한 국회의원을 싸잡아 북한의 사주를 받은 사람들이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그들은 왜 성조기를 들고 설치는가? 이 나라를 미국의 한 주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성조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 태극기 또한 특정인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우리의 자존을 나타내는 표상이다.

이 모든 일이 박 대통령의 버티기 생떼에서 비롯된 것이고, 모든 몸부림이 결국은 본인들에게 돌아가 망신만 더해질 뿐,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이제 다 내려놓고 지금이라도 잘못을 빌고 물러나는 길이 나라를 위한 마지막 충성이 될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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