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적반하장
  • 신영배
  • 승인 2017.02.0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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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지난 나흘간의 설 연휴동안 귀와 눈의 기능을 잠시 멈추었더니, 머리뿐 아니라 신체리듬이 아주 좋아졌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소식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불과 이틀 만에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일들이 목도되고 있다.

참으로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뿐이다. 연휴 직전에 이뤄진 청와대 참모들도 몰랐다는 느닷없는 보수언론인과의 인터넷 방송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대통령의 속내는 온통 남을 탓하는 내용으로 그윽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은 조금도 없는데, 자신을 싫어하는 세상 사람들이 기획해서 자신을 탄핵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더욱이 놀라운 일은 헌재에서 만약 자신의 탄핵결정이 기각된다면 검찰과 언론을 정리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서슴없이 했다는 것이다.

뉴스를 듣는 순간 기가 막혔다. 순간 적반하장이란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조선 인조 때의 학자이자 시평가(詩評家)인 홍만종(洪萬宗)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에 기록돼 있다.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또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빌거나 미안해하기는커녕, 오히려 성을 내면서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어처구니없는 경우에 기가 차다는 뜻으로도 흔히 쓰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누구한테 큰소리냐?", "사람을 때린 놈이 되레 맞았다고 큰소리니 적반하장도 정도가 있지." 등의 꼴로 쓰인다.

이와 비슷한 말도 있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바뀌어 손님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의 주객전도(主客顚倒)·객반위주(客反爲主)와 뜻이 통한다. 또 내가 부를 노래를 사돈이 부른다는 뜻으로, 나에게 책망을 들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나를 책망할 때 쓰는 아가사창(我歌査唱)도 같은 뜻이다.

우리말 속담도 여럿 있다. 제가 잘못하고서 도리어 성을 내는 경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비아냥한다. 자기가 잘못해 놓고 오히려 남을 나무란다는 뜻의 '문비(門裨)를 거꾸로 붙이고 환쟁이만 나무란다.'는 속담도 있다.

이 밖에도 '소경이 개천 나무란다', 남의 은혜를 갚기는커녕 도리어 배신한다는 뜻의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고 한다' 등이 좋은 예에 속한다. 모두가 박근혜와 최순실의 일련의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 속담이거나 고사성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다. 사실 여기에서 박근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비교해서 논하는 것 그 자체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큰 실례를 범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가장 인간적이고 국민을 올려다보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량미달의 지적수준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등하게 비교하는 일이 큰 모순이라는 이야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 중에도 난데없는 기자 간담회를 여는가 하면, 청와대 참모에게 특검에서 하는 심리내용을 파악해서 보고하라고 지시하고, 어제는 다시 대리인을 통해 여러 명의 증인을 추가로 신청하여 탄핵결정을 늦추려는 꼼수를 두고 있다.

한마디로 법은 그의 안중에 없다. 오로지 자신의 살길만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외신을 통해 여과 없이 전 세계로 전해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늘의 현실은 열강 가운데서 갈팡질팡하던 조선 말기처럼 어렵다. 러시아의 푸틴, 중국의 진시핑, 일본의 아베 신조 등 그야말로 자국의 입장에서 보면 리더십과 내공을 보유한 역사 이래 강력한 지도자들이다.

여기에 자국의 이익만을 챙기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어디를 돌아봐도 도움이 될 만한 상대가 없다. 수출은 경쟁국들의 기술력에 막히고, 내수는 사상 유례가 없는 불황과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겨우 숨을 붙이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들이 현역에서 은퇴를 해, 새로운 일거리를 찾고 있지만 환경은 녹녹치가 않다. 그럼에도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야말로 속이 터질 지경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정치적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도 살고 자신도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지지자들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반하장식의 ‘꼼수’를 훈수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즉각 ‘하야’를 해야 하는 것이 자신과 국민에 대한 도리다.

도리를 아는 사람 같았으면 이런 사태에 이르지도 않았을 터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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