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의 꿈과 현실
귀향의 꿈과 현실
  • 신영배
  • 승인 2017.01.1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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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 대표이사

엊그제 새해벽두였는데, 벌써 19일이다. 세월 참 빠르다는 사실을 나이를 먹으니 조금은 알 것 같다. 최근 들어 또래들끼리 만나면 건강과 정치, 그리고 고향이라는 화두로 압축된다.

어제도 모처럼 고향 지인들끼리 모여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역시 고향 추억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필자의 고향은 산과 바다, 그리고 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부안이다. 그곳에서도 고창과 정읍의 경계점인 줄포다. 줄포는 문자 그대로 포구다. 어렸을 적, 선창가에 가면 비린내가 물씬했다. 지금도 갯가의 냄새인 비린내를 맡으면 고향이 떠오르고 갈매기와 잽싸게 달아나는 농게의 옆걸음이 그리워진다.

내 부모님은 고슴도치 섬으로 유명한 위도 출신이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줄포로 이주했다. 당시 아버지는 육지에 터전을 마련키 위해 목포와 군산, 줄포를 이주 대상지역으로 정해 놓고 고민 끝에 생선과 돈이 몰리는 줄포로 이사를 했다고 했다.

그 정도로 당시의 줄포는 역동적인 삶의 터전으로 기억된다. 어렸을 적, 포구에 고기잡이배가 들어오는 파시 때가 되면 선창가의 술집들은 이집 저집 가릴 것 없이 흥청거렸다. 당시 선창에 가면 “개도 10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줄포는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옛말에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는 말이 있다. 여우가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이 살았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뜻이다. 짐승이나 사람이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고향을 그리워하기는 매 한가지인 듯하다.

특히 현역에서 은퇴할 시기가 되면 시골이 고향이 아닌 사람이라 할지라도 복잡하고 팍팍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을 반영하듯, 최근 농어촌지역으로 귀향을 하거나 귀농·귀촌하는 인구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 또한 귀농 및 귀촌 인구를 늘이기 위해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안군 역시 귀농, 귀촌 인구를 늘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농촌 및 어촌, 산촌지역의 인구수를 늘이기 위해 지자체들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필자 부부 또한 고향에서 노년을 보내기로 결심을 하고 최근 귀농을 결심했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귀촌보다는 귀향이라고 해야 맞다.

귀향을 위해 우리 부부가 농사를 지으며 기거할 집을 짓기 위해 최근 건축사를 통해 부안군청에 주택건축신고 절차를 밟고 있다.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각종 지원책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부안군청 어느 누구도 귀농자에 대한 지원책을 제대로 알려주는 이가 없었다.

재산세를 담당하는 곳에서는 일정규모 미만의 주택을 신축하거나 개량할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 일부를 5년 동안 면제해준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귀농·귀촌 정책을 다루는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농지원부와 농업인 등록, 그리고 교육이수를 종용했다. 그래야만 농업인으로서의 저리융자 등의 지원혜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 고작이었다.

보금자리를 신축하는 과정 또한 매우 복잡했다. 농촌지역의 경우 논이나, 밭, 그리고 산에 집을 짓는다. 이 경우 반드시 국토이용계획에 관한 법률에 따라 농지와 임야를 대지로 전용을 해야 한다. 이때 통상적으로 토지전용부담금이 발행하기 마련인데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농업인이 자신의 논밭과 산에 30평 미만의 주택을 신축할 경우 전용부담금을 감면해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부안군 어느 직원도 필자에게 귀농·귀촌 지원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일러주는 부서나 공직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마디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행정을 관행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런 내용을 파악하여 주택건축신청을 하기까지 몇 달 동안 알음알음으로 묻고 찾아서 겨우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여 신청서를 냈다. 솔직히 필자는 신문사 대표를 하고 있어서 아는 연줄이 많은데도 이처럼 힘이 들었는데, 나이 들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이들은 얼마나 어렵겠는가? 고향 가는 길이 이리도 어렵다면 누가 고향을 찾겠는가. /신영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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