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기대권
정규직 전환기대권
  • 전주일보
  • 승인 2016.12.28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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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權利)는 법률상으로 보호받는 '특별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힘'을 말한다. 법(法)이 논하고자 하는 중심개념이며 개인의 존엄과 가치의 표현이기도 하다. 공권(公權)과 사권(私權) 중 사권이 권리의 주된 개념이다. 권리는 내용과 작용, 주장할 수 있는 범위, 이전 가능성, 발생 여부에 따라 인격권, 청구권, 절대권, 일신전속권 등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법률적 성립 요건이 갖춰진 기성권(旣成權)과 성립요건의 일부만 갖추고 있어서 장차 나머지 요건을 구비해야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기대권(期待權)이라는게 있다. 희망권이라고도 하며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종의 권리로서 보호된다고 하겠다.

대법원이 지난달 10일 기간제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기대권'을 처음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한 진보언론은 최근 이 판결을 올해 디딤돌 판결의 하나로 선정해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각급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선고한 판결과 결정을 대상으로 간추렸다. 노동분야의 대표적 판결로 꼽히는 해당 판결의 요지는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 기대되는데도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없이 전환을 거부하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결정으로 '정규직전환기대권'이 하나의 권리로 확정됐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권리의 법적 근거조항은 기간제 및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 4조다. 법 제정 취지는 '계약직은 2년까지,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데 있다. 그러나 회사는 그동안 '2년까지는 마음껏 계약직을 사용하고 이후에는 새로 고용해도 된다'로 해석해오던 터였다. 법이 '근로자의 보호'를 강조하는 취지와 달리 근로자를 쓰고 버리는 근거가 되어 왔다는 것이다. 기대권이 법적 권리로 인정받는데는 4년여의 법적 다툼이 있었다.

각 심급마다 '기대권'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였다.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 행정법원, 2심 재판부를 거치고 나서야 대법원에 의한 권리 인정이 이루어졌다. 대법의 판결은 의미있지만 아직 보편화된 권리는 아니다. 정규직전환기대권은 보편적 권리로 자리잡아야 한다. 고용시장의 유연화라는 정부 정책의 기조 아래 2년의 계약 기간동안 온갖 궂은 일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이 땅의 수많은 비정규직들을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송 제기 당사자의 변호인이 언급한 것 처럼 '계약직을 고용할 수 있는 업무와 직종을 제한하는 등 사용 제한 규정을 명백히 하는 기간제법 개정이 필요하다. 법적 구제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전문화된 노동법원의 도입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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