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미꾸라지
법률 미꾸라지
  • 전주일보
  • 승인 2016.12.14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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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는 잉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다. 예로부터 미꾸라지는 긍정보다는 부정의 의미가 강했다. 이리저리 빠져나가거나, 아예 진흙 속에 숨어 상황을 모면하려는 속성 탓이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법률 미꾸라지'가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 '해박한 법률지식으로 법망을 피해나가는 사람' 정도로 정의할 수 있겠다.

법률 미꾸라지 두 사람이 최근 국민 법 감정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먼저 김기춘 청와대 전 비서실장이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검사로 임명된 이후 온갖 공직을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왕실장’이 됐다. 지난 7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의원들의 각종 질문에 "알지 못했다" "잘 모르겠다"는 말을 60번 넘게 반복했다. '최순실'부터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관저생활'까지. 그는 "최순실을 안다"고 답한 순간 국정농단의 공범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터다. 그도 난처한 순간을 맞았다. 청문회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2007년 7월 당시 김 전 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청문회 현장 동영상을 공개하면서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 씨와의 접촉은 없었다”고 물러섰다.

또 다른 법률 미꾸라지는 우병우 청와대 전 민정수석이다. 그도 동기생보다 어린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민정수석까지 승승장구, 정부 사정 기관을 장악하며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했다. 하지만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 요구서를 받은 그는 아예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불과 몇 주 전만해도 민정수석으로서 특검 조사에 앞서 기자를 째려보며 당당한 그였다. 그는 국정조사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본인이나 가족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는 사실을 알고 도피를 택한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은 국가권력의 한 중심에 있다. 김 전 실장, 우 전 수석은 한 때 대통령이 권력을 사적으로 농단하도록 칼춤을 추었다. 그렇지만 모르쇠로, 도피로 국정농단의 법적 책임을 피하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대통령을 위한 충견이 아닌 국민의 공복이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부끄러울 일이다.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들 법률 미꾸라지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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