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쌀
빵과 쌀
  • 전주일보
  • 승인 2016.12.0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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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프랑스 혁명을 불러 일으킨 백성들의 생명줄이었다. 여러 원인과 함께 간절한 그들의 먹을 거리를 외면한 절대 왕정은 혁명으로 무너졌다. 그 혁명의 언저리에 마리 앙투아네트가 있었다. 그녀는 오스트리아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로 태어나 세상 물정을 모른 채 부러운 것이 없이 자랐다. 요즘으로 말하면 '금수저 중의 금수저' 계급의 자손이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정략결혼으로 프랑스 왕 루이 16세의 왕비가 됐다. 루이 16세가 검소했던 데 반해 그녀는 '적자부인(赤字夫人)이라 할 만큼 사치의 대명사로 빈축을 샀다. '나라를 말아먹은 여자', '오스트리아의 창녀', '빚 투성이 왕비'라는 저주섞인 비난을 들은 그녀는 혁명 당시 증오의 대상이 필요했던 백성들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행위에 비해 잘못이 과대하게 부풀려져 단두대에서 참혹하게 이슬로 사라진 그녀와 관련된 말은 '빵'이다. 굶주린 백성들이 "빵을 달라"고 외치는 말에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지"라고 응수해 혁명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리 앙투아네트 죽음의 한 동인이었던 '빵' 매출액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식습관의 변화로 주식이었던 쌀 판매량을 제쳤다는 것이다. 최근 이마트가 지난 3년간 쌀과 빵의 매출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 올 1월∼11월 매출 순위로 일반 쌀은 15위인 반면, 빵류는 10위를 차지했다. 쌀 매출액은 지난 2013년 7위, 2014년 9위에서 이번에 6계단이나 떨어지면서 빵 매출액과 역전됐다. 실제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2009년 202.9g에서 2010년 199.6g, 2011년 195.0g, 2012년 191.3g, 2013년 184.0g, 2014년 178.2g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올들어 아침 쌀밥 대용식이라 할 식빵 매출이 25.6%로 대폭 늘어났다. 일반 빵과 케이크도 각각 5.3%, 6.5% 증가했다. 아침을 쌀로 지은 밥이 아니라 도넛·식빵·베이글 등 빵 종류로 대신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해도 쌀농사는 대풍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쌀 수확량이 크게 늘었지만 농민들의 한숨은 오히려 깊어지는 것을. 빵 보다 못하게 줄어버린 쌀 소비에도 마땅한 소비처를 찾지못한 정부의 재고미는 갈수록 쌓여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밥상용 쌀의 의무수입량까지 더 해져 정부 수매물량마저 한정된 상태다. 최소한의 생산비 조차 건질 수 없는 쌀값 하락은 급기야 민중총궐기의 한 명분으로 작용했다. 정녕 우리 산업구조에서 농업, 농가, 농민은 열외로 전락하고 마는가. 식량자주권이 멀지않아 절절한 시댓말로 떠 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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