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없는 사회
동전 없는 사회
  • 전주일보
  • 승인 2016.11.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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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푼 줍쇼∼". 옛날 동냥하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이때 말하는 한 푼의 의미는 조선 인조 때 동전인 상평통보의 가치에서 유래했다. 상평통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동전이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널리 유통되지 못했다.

그러다 당시 상업이 발달하면서 편리한 거래를 위한 동전 사용이 빈발했다. 상평통보는 숙종 때(1678년)부터 약 200년 동안 널리 사용되어 왔다. 단위는 1문(푼)이라고 했다. 10푼이 1전, 10전이 1냥, 10냥이 1관이었다. 조선 후기의 1냥은 약 2만 원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 오늘 날로 환산한 한 푼의 가치는 약 200원 정도로 계산된다.

맨 처음 사람들의 거래는 물물 교환이었다. 그러나 일일이 맞바꾸다 보니 거추장스러웠다. 좀 더 쉽게 물건을 교환하기 위해 물품 화폐를 고안했다. 조개껍데기, 볍씨, 토기, 청동 방울, 청동검, 철로 만든 농기구, 옷감, 쌀, 베, 소금 등을 거래에 이용했다.

이런 물품 화폐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깨지고 썩어서 못 쓰게 되어 불편했다. 금과 은으로 대처됐지만 사사로운 거래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속 화폐인 동전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동전 또한 무겁고 보관이 문제였다. 가벼운 지폐가 고안됐고, 신용을 기반으로 한 수표 등 신용화폐까지 발달했다.

가치척도와 물물교환, 저장의 기능을 지니며 한때 화폐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동전이 사라진다고 한다.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 중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시범 서비스사업을 시행을 예고하면서다. 사업이 시행되면 일반 상거래에서 동전을 주고받는 일이 먼저 사라진다.

한은은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편의점 등에 잔돈 충전 업종을 늘리고, 교통 카드뿐 아니라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로 충전하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충전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이미 시중에는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등 전자결제가 확산하고 있다. 비트코 인 등 다양한 디지털 통화도 등장하는 등 전자금융의 환경이 성숙해지면서 동전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는 물론 상점이나 대중교통 이용 시 동전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 동전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연 500억 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그것이다. 여기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거래의 투명성이 높아져 탈세와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효율성과 편리성도 좋다. 하지만 동전을 채우며 배불러가는 저금통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 그 추억과 낭만까지 사라지지 않을까.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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