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는 검찰상 정립하겠다
배려하는 검찰상 정립하겠다
  • 김상기
  • 승인 2008.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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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결대로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원리원칙주의자.

강력, 마약, 특수수사 등 거칠 것 없이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 내 대표적인 야전통.

전주지방검찰청 제52대 검사장으로 지난 11일 공식적으로 취임한 채동욱 전주지검장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 그가 ‘부드러운 검사장’을 자임하고 나섰다.

“평검사 시절 강력, 마약, 특수부 등을 거치면서 내가 수사대상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았었나 하는 반성을 해봅니다. 당시로서는 불가피한 직무수행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업보를 진 것 같아서요. 이제 나이 50줄에 들어서니 피의자들을 구속하며 좋아하고 기뻐했던 일들이, 당시 그들이 흘리던 눈물과 뒤섞여 인간적인 회한이 들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럼, 한 지역을 책임지는 지검장으로서 일선 검사들의 수사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를 물었다.

“평검사들은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게 돼 있습니다. 그게 당연한 거죠. 평검사를 이끄는 검사장은 어떤 하나의 수사대상에 집착하기 보다는 좀 더 높은 차원에서 인권침해는 없었는지, 적벌절차를 준수했는지 등 많은 부분을 고려하고 배려하는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검사 앞에 와서 조사받는 피의자와 같은 사건 관계자도 국민이기 때문에 죄가 미워 그 사람을 구속하지만, 인간적인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로서, 피의자로서, 고소인으로서, 참고인으로서, 혹은 판사의 입장에서, 또는 언론의 입장에서 다 각자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검사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배려는 특별한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으로 바꿔 생각해 보면 되는 겁니다.”



대검찰청에서 출입기자들이 수사의 맥을 짚을 수 있게 하는 대변인 역할의 수사기획관 출신인 채 지검장은 언론관 역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검찰업무, 특히 수사업무는 기밀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론과 친해지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 방향을 공개하는 것은 수사의 공정성 담보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자꾸 숨기면 불신만 가중될 뿐이죠. 수사에 방해 받지 않는 선에서 큰 가닥정도는 잡아갈 수 있도록 협조관계를 유지하겠습니다.”



영장 발부와 관련된 법원과의 갈등부분에 대해서는 “영장 발부에 대한 심사권은 법원의 고유권한이며, 원론적으로 불만을 토로할 사항이 아니라”고 답했다.

“물론, 같은 법조인 입장에서 납득할 만한 상징적인 입장은 밝힐 수는 있겠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전주에서는 법원과 검찰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될 것입니다. 그게 옳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만들어가겠습니다.”



채 지검장은 ‘얼굴 없는 천사’로도 알려져 있다.

서울지검 특수1부 부부장으로 근무하던 1998년 검사실에서 근무하던 직원 6명과 함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일을 시작, 38명까지 참여인원을 늘려나가며 선행을 베풀었던 것.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학교에 장학금을 보낼 때도 익명으로 해 달라고 부탁한 뒤 당시 자신이 일했던 사무실 호수인 ‘서울중앙지검 1004호실’ 명의를 사용해 ‘천사(1004)’라는 애칭이 붙은 것이다.



지금까지 채 지검장이 담당했던 유명한 사건으로는 김재록 로비 수사(현대차 비자금 사태), 론스타 외환은행 매입 의혹 사건, 윤창렬 굿모닝시티 분양 비리 사건(정대철 민주당 전 대표 구속), 한국부동산신탁 경성 특혜 지원 비리 사건, 여의도 주상복합 건물인 ‘트럼프월드’ 건축 비리 사건(한화갑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등이 있다.

또,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 사건(허태학 사장 등 2명 불구속 기소)과 안상영 부산시장 사건(수사 중 자살),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 로비 사건(특수1부에서 노건평 등과 함께 수사 중 자살)도 있다.



건강은 등산과 테니스로 관리한다. 체력으로는 아직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독학으로 익힌 영어는 수준급이다. 예전엔 폭탄주를 많이 마셨지만, 지금은 자제하고 있다. 연륜이 쌓여가면서 예전처럼 폭탄주가 끌리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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