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185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해풍 해질녘 금강 하굿둑을 건너 온 절름발이 사내가군산항 어느 골목속정 깊은 여자네 집방문 앞에서어깨에 묻은 해풍을 떨어내고 있다저마다 삶의 등딱지를 지고 하루를 버틴 사람들이군산항에 하나 둘불빛으로 돋아나면파도는 하굿둑 저편이 궁금하다고 포말로 부서진다삶은 그런 것이라고 파도가 방파제 어깨를 흔들면바다 위를 망망히 쓸고 가는해풍은부표 위에 앉아 만선을 꿈꾸는 늙은 갈매기가 된다금강하굿둑 배수갑문이 입을 굳게 다문 것은 바다가 잠든 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금강하굿둑 : 군산시 성산면과 충남 서천군 장항읍을 연결하는 길이는 1,841m의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8-02 17:55 고구마 찜통 속에 날씬이 고구마 가득하다미스코리아 몸매다고구마들은 얼마 전 부터 웰빙식품이 되기로 작당을 했다다이어트에서부터 피부미용까지책임지겠다고 큰소리친다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고손들이 정신없다날씬해진다면야 목이라도 매겠다고 결심한지 오래다젊은 년들이 더 한다소쿠리를 가운데 두고 육남매가 빙 둘러 앉았다방금 무쇠 솥에서 꺼낸 물고구마에서김이 모락모락 난다막내가 군둥내 나는 묵은 김치를 감아잽싸게 고구마를 한 입에 문다이를 본 큰놈이 날리는 말인마 잘못 먹음 이빨 빠져~30w 백열전등이 천장에서 그네를 타면알전구 같은 머리들이 이불을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7-28 15:09 신호 사내는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에 왔다링거를 꽂고 나서야 알았다몸이 신호를 보내왔다는 것을뒷목이 뻣뻣하고 눈이 침침하고 온몸의 힘이 빠지면서제발 좀 챙겨달라고몸이신호를 보내왔는데도사내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무심하게 지나치다가 큰 코 다쳤다사랑도 신호를 보내온다무관심한 척어깨 위의 비듬을 떨어주며 딴전을 피우면서아니면 슬쩍손을 잡고 한 번 흔들어신호를 보낸다그 순간을 놓치면 사랑도 응급실행이 된다이게 신호다 싶으면 얼른 받아라넙죽 절 한 번하고 나서 응급실은 말 그대로 응급 환자들이 앰블런스나 택시에 실려 오기도 하고, 자가용으로 오는 곳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7-21 17:37 망경 뜰 김제 망경 넓디넓은 뜰을 보라아버지와 어머니가 논 가운데서 굽은 등을 낫으로 베고 있다자식들 모두 대처로 떠난가을 한가운데서아버지와 어머니는 오랫동안 밀레의 만종이 된다어둠을 당겨 아버지와 어머니가 흙 묻은 장딴지를 싸들고 돌아올 때사는 일은고개를 숙이는 일이라고수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돋아난다고봉밥 같은 김제 만경 뜰에 쏟아지는 것들은 모두 금싸라기였다/망경 뜰 : 전북 김제 소재 평야로 망경 평야 또는 김제 평야라고 함요즘 들녘은 콤바인이 탈곡해서 부대에 담아주기까지 한다. 천 평이 넘는 논에서 벼를 거둬들이는 시간이 한 시간 남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7-14 14:07 선운사에서 연락 오거든 선운사에 상사화 만발했다고 연락 오거든전해주오애닯다 내 사랑 짊어지고서손 흔들며 쓸쓸히 쓸쓸히 풍천강 건너갔다고이승에서는 만날 길이 없어서강 건너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잎 다진 뒤 꽃 피고꽃 다진 뒤 잎 피고영원한 그리움에 등을 맞댄 채7·8월 꽃대궁을 밀어 올려 풍경소리 쓰다듬으며훠이 훠이풍천강물 밟고서 떠나갔다고 말해주오선운사 주지에게서상사화가 억수로 피었으니 얼른 오라고연락이 오거든 /선운사禪雲寺 : 전북 고창군 도솔산 기슭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고창 선운산 자락에 위치한 선운사는 유구한 역사와 함께 빼어 정성수의 힐링노트 | 전주일보 | 2019-07-07 17:09 처음처음이전이전12345678910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