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지선 참패' 비대위 총사퇴…"당원·국민께 사죄"

새 지도부 선출 전까지 박홍근 비대위장 직무대행 "새 지도부 의총과 당무위원회, 중앙위 거쳐 구성" '이재명 책임론' 확산'…"나홀로 귀환, 책임 크다"

2022-06-02     고주영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지난 대선 패배로 꾸려진 이후 80여일 만에 막을 내리게 됐다.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회의 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비대위 일동은 이번 지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입장문 발표를 통해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해 지지해준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며 "민주당은 더 큰 개혁과 과감한 혁신을 위해 회초리를 들어준 국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끝난 지방선거에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기준 민주당은 텃밭인 전남·전북·광주와 제주·경기 등 5곳을 얻는 데 그쳤다.

세종과 대전 등 경기를 제외한 격전지에서도 모두 국민의힘에게 패배하면서, 지난 2006년 4회 지방선거에 비견할 만한 참패를 기록하게 됐다.

윤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후보들께도 죄송하다"며 "대선, 지선 평가와 전당대회를 준비할 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를 통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헌·당규에 따라 새 지도부 출범 전까지 박홍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직을 우선 맡기로 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도부 궐위 시 원내대표가 직무대행만 하고, 향후 전대를 치를 때까지 존속할 비대위의 구성에 관해서는 의총, 당무위 필요하면 중앙위까지 열어 여러 의견들을 모아 의결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민주당 비대위가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 가운데, 당 내부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던 이 위원장이 '나홀로 귀환'을 한 데 대해 당초 기대하던 '이재명 효과'는 커녕 '이재명 역효과'가 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선 패배 후 두 달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했던 '이재명 효과'가 사실상 없었다는 평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한 당장 이 위원장이 얼굴로 활약했던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친문계 의원들이 '이재명 책임론'을 본격 꺼내 들며 당내 주도권 싸움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친문재인계'인 홍영표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참패를 두고 "사욕과 선동으로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이제 민주당은 당원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낙연 전 당 대표는 선거 패인에 대해 "대통령선거를 지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고 직격했다.

여기에 일부 의원들은 이 위원장의 전당대회 도전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상처 뿐인 영광"이라고 평가하고, 차기 당권 도전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이 대참패의 일원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용진 의원도 "저는 이 위원장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나오시는 것보다는, 어떤 한 걸음 좀 물러서서 전체 판에 대한 일정한 조율 정도 그리고 숙고의 시간을 가지는 게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고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