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꽃

2021-07-13     전주일보
홍은비/이리석암초

풀이 말을 걸었다
매일 가는 풀밭에서
내게 처음 말을 걸어 주었다

꽃이 말을 걸었다
매일 가는 꽃밭에서
내게 처음 말을 걸어 주었다

매일 가는 풀밭에서
매일 가는 꽃밭에서

내가 먼저 말을 걸면 좋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말 걸어줘서 고마워

<감상평>
은비 어린이의 동시를 읽으면서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교무실에서 몇 명의 선생님들이 우연히 성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한 남자 선생님이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모두 그 말에 수긍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외향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주위 사람들이 볼 때는 발표력이 좋고 활달하게 보이지만, 정작 본인은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인간관계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참을 때가 많습니다. 내 진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봐 미리 겁 먹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부탁했다가 거절당할까 봐서도 용기를 내지 못합니다. 이렇게 참으면서 혼자 삭히는 경우가 많기에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은비 어린이가 풀밭과 꽃밭을 보고 동시를 지었습니다. 풀과 꽃이 말을 걸어주었다는 문장이 의인법(擬人法)인 표현으로 참 좋습니다. 매일 가는 풀밭과 꽃밭이지만 내가 먼저 말을 못 걸어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마지막 연에서 감동이 몰려옵니다. 동시 전반에 은비 어린이의 따뜻하면서 배려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지금 바로, 부모님과 주위의 소중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