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에 담긴 자화상
풍경에 담긴 자화상
  • 김상기
  • 승인 2010.07.18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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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적을 두고 그린 것이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리려고 했죠. 그러다보니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풍경작품이 많이 나오게 됐습니다.”

화가 최주연은 가시적으로 다가오는 자연을 고스란히 수용하려 한다. 작품소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주제와 내용 또한 우리의 감성과 풍토에 맞는 서정을 담고 있다. 튀지 않는 작업을 한다는 말이다.

작가는 전라북도미술대전과 춘향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선정될 만큼 작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예총 익산지회 사무처장과 익산미술협회 전시분과장, 익산 서동축제 사무국장 등의 대외활동들이 그에게 오롯이 작업에 열중할 수만은 없게 한다. 그런 현실이 때론 안타깝다.

“현실을 보면 제겐 지켜주고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잖아요. ‘나’가 아닌 내 ‘가족’을 위해서는 직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만, 가슴 한 켠에 남아있는 작품 활동에 대한 갈증은 늘 저를 목마르게 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풍경을 그리면서도, 실은 작품 안 어딘가에 제 맘을 살짝 담아보곤 합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작품 ‘붉은 산’은 소박한 일상적 자연의 모습이지만 작품에서는 에너지가 넘쳐난다.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 전체가 붉게 물들어 있는 것이다. 계절로 치자면 ‘가을 풍경’ 쯤 될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본다면, 산 아래 나무들의 모습이 앙상하다. 한 겨울처럼 모든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서있다. 다른 작품들도 그렇다. 풍성한 숲 어딘가에 앙상한 나뭇가지 하나쯤은 등장한다.

가을과 겨울의 공존? 작가적 상상력에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작가는 ‘의도적’이었다고 고백한다. “그 산을 바라보는 제 맘이 그랬거든요.”

작품을 차근차근 살피다보면 혼자 있는 강아지풀이나 잠자리도 발견하게 된다. 역시 작가 자신을 투영한 대상들이다.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던 어릴 적 즐겁던 기억, 잠자리의 자유…. 그렇게 되는, 다시 그렇게 될 수 있는 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려본 것들입니다.”

풍경전이라기 보다는 자기 고백적 전시에 가깝다. 자화상전이라 부른다면 너무 앞서가는 걸까? 혹자는 고답적 풍경이라고 툴툴거릴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작가는 솔직한 사람이다. 풍경 너머를 살펴볼 일이다. 익산시 어양동 소재 W갤러리에서 31일까지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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