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호까지 구상…고되지만 즐거운 작업"
"100호까지 구상…고되지만 즐거운 작업"
  • 전주일보
  • 승인 2009.10.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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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일보가 주목한 작가 - 한국화가 청산 김선득

더위를 쫓기 위한 도구로 사용됐지만, 미술을 접목해 예술품의 경지까지 승화시킨 부채. 이 부채를 소재로 남북 문화예술교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2009 통일기원 부채예술대전’이 지난 8월 서울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개최됐다.

지금까지 없었던 최초의 전국규모 부채미술공모전이란 측면에서 그 의미가 남달랐던 이 대회에서 영예의 종합대상을 수상한 한국화가 청산 김선득(52).

작가는 당시 통일을 기원하는 공모전의 취지에 맞게 나라꽃 무궁화를 작품의 소재로 채택했다.

그렇지만 흔히들 눈에 쉽게 익히는 구상적 소재를 다루는 반면 작가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구성한 비구상적 형태의 작품을 우리의 전통 오방색을 사용해 출품함으로써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동안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만 작품전을 열었던 작가가 오는 12월, 자신이 살고 있는 전주에서의 첫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어 찾아봤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그 동안 추구했던 구상작품을 과감히 탈퇴하고, 비구상 작품만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작품전의 명제도 ‘상생’(相生)으로 이미 정해놓고 작업에 몰입 중이다.

작가는 상생의 의미처럼 서로 돕고 나누고 의지하며, 있음과 없음이 서로 함께 하는 대화합의 뜻을 담아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단지 한 점의 그림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기는 작품을 내놓겠다는 것.

작업방식을 보면, 화선지와 먹이라는 한국화에서 다루는 기본 매체는 그대로 살린 상태에서 동양의 오방색을 오행(五行)의 생성원리에 접목, 자연의 신비로움과 조화로움을 구체화시키는 작업이다.

여기에 락카, 핸디코터, 아크릴물감 등 서양의 재료도 과감히 도입, 다소 실험적이면서도 진중한 작업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가 비구상 계열 작품에 몰두하게 된 것은 지난 7월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본관에서 전시된 ‘제2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비구상 부문에서 ‘상생 Ⅱ+2009’로 한국화 특선을 차지하면서 부터다.

그는 이를 계기로 자신만의 실험적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획득했다고 말한다.

당시 출품했던 ‘상생 Ⅱ+2009’는 작가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탐구해오고 있는 주제로,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를 작가의 표현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작품 안에서 동서남북 방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 방향 잡지 못하는 혼돈의 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현대인의 삶과 필수불가결한 관계를 맺고 있는 바코드와 사인의 흔적도 보인다.

“현대를 사인과 바코드 시대라고 정리할 수도 있겠다 싶었죠. 사인과 바코드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란 뜻입니다.

예전처럼 물물교환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현재의 물질문명 만능의 시대에 대한 반발로 물물교환 시대에 대한 동경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관람객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잠시만이라도 현실의 문제를 접고 자신의 현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전주에서의 전시를 위해 작가는 현재 20호 크기의 아담한 작품도 다수 준비하고 있지만, 100호 4점과 도내 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300호 크기의 대형 작품도 2점을 계획하고 있다.

“큰 작품은 제 생각을 맘껏 담아낼 수 있고,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더 큰 작품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요. 당분간은 현재하고 있는 상생 시리즈를 테마로 작품 활동을 계속할 것이고, 한국적 색채를 더 강화하려고 합니다.

작품을 보시는 분마다 감상적 의견이 다르겠지만, 제 작업방식에 공감하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선물처럼 느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2009 대한민국 그랑프리 미술대상’ 초대작가로 선정되면서 지난 7월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으니, 전주에서의 전시는 시간적으로 촉박할 법도 하다.

그럼에도 작가는 “즐거우니까 한다”고 말한다. 작가의 다음 전시를 기대해본다.



원광대학교 순수미술학과(한국화) 졸업. 현재 동대학원 재학 중(한국화 전공).
/김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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