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이 전북도민의 날이었다. 아마 이날의 공식 명칭도 ‘전북특별자치도민의 날’로 고쳐야 할 터인데 여태 조례를 수정하지 않아 그냥 ‘전북도민의 날’이라고 불리는 듯하다. 도명이 달라졌으니 서둘러 조례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1981년 조례로 전북도민의 날을 지정해서 현재에 이르렀으니 그대로 명칭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두었다면 변명이다. 이미 전북이라는 지역 명칭은 전북특별자치도로 바뀌었다. ‘전북도민’이라는 명칭이 ‘전북특별자치도민’으로 바뀌었다면 도민의 날도 바꿔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라고 이름만 바뀌어서 쓰고 부르는데 귀찮은 특별자치도라는 허울이지만, 지어진 이름이니 그냥 들고 가는 수밖에 없지 싶다. 대광법 혜택조차 없이 이름만 무겁게 ‘특별자치도’를 둘러쓴 채 지난 1월 18일 출범했다.
도민들은 허울뿐인 강원별자치도와 다른 전북특별자치도를 소망했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옛 코미디 구절처럼 “이러려고 특별자치도했냐?”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특자도 아닌 경상도 지역에 가보면 농촌에도 돈을 쏟아부은 흔적이 여실하다.
기관장 몇이 모여서 이번 도민의 날을 맞이하여 기념식을 갖고 자축했다고 한다. 더욱이 특별자치도 출범 첫해를 맞아 그 의미가 더욱 특별했다고 기자가 썼지만, 뭐가 특별했는지는 모르겠다. 기념일 명칭도 바꾸지 않은 기념식이 특별했는지는 의문이다.
한때,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대단한 변화라도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전북인들은 바라는 건 마음뿐이고 애를 써도 얻어지지 않으니 ‘그냥 그러다가’ 슬그머니 포기하고 잊어버리는 습성이 몸에 밴듯하다.
도민들은 25일이 도민의 날인 줄도 모르고 지나갔다. 가을 내내 축제가 이어지고 나름 즐거운 일도 많으니 서글픈 도민의 심사를 뒤적거리지 않는 게 좋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도민의 날은 기관 단체장과 초청 인사들만의 행사로 슬쩍 넘어가지 않았어야 했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서로 뭉치고 지역 현안에 마음을 모아 관심을 두어야 앞장서는 사람들도 힘이 난다. 이런 때라도 도민들의 시선을 모아 줘야 앞장서는 맛도 나는 법이다. 온갖 행사에 지칠 만큼 가을철엔 행사가 많지만, 도민의 날은 특별히 기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끼리도 뭉치지 않으니 지역 관심사가 탄력을 받지 못한다. 정부에서도 도민들이 뭉쳐서 울력하는 사안에 대하여는 더 많은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기관장이나 정치인 몇 사람은 무시할 수 있지만, 도민이 주시하는 일은 마음을 쓰기 마련이다.
대표로 뽑힌 머슴들의 힘으로 매사를 처리하기보다 도민의 힘을 모아 등에 짊어져야 한다. 축제나 놀이판으로 시선을 돌리기보다 마음을 모아 힘을 얻는 방법을 택하자. 날로 줄어드는 도민이지만, 단단하게 뭉치면 힘을 낼 수 있다.
근데 특별자치도 하지 않은 경상도 보다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