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묘‘가 관객 동원 1,200만 명을 했다. 극장가에서 50여 일 이상 상영되며 수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댓글로 친일, 왜구, 무당, 좌파 등 많은 어휘가 나열되었다. 또 ’오컬트(Occult, 신비하고 초자연적인)‘주의 영화라는 어려운 외국어도 친절히 알려주었다.
근데 파묘(破墓,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가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엉뚱하게도 30년 전 ’부처님 오신 날‘ 다큐멘터리- ’파양‘이 내내 머리끝에서 뱅뱅 거린다. ’양자로 입적했다 그 관계를 다시 끊어버리는 것‘이 파양이다. 파양(罷養)/파계(破戒). 인간관계가 절단되는 끔찍한 느낌이다.
사월 초파일 오색연등 사이로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어리광을 부린다. 녀석은 전주 모악산 자락 한 사찰에 있는 애완견이다. 산에 오를 때마다 냄새를 맡고 오는지, 멀리서부터 앞다리 하나를 구부려 올리고 낑낑대며 애정을 표현한다. 녀석과의 관계도 꽤 오래. 까무잡잡 예뻐 이름도 그냥 ’까묵아‘라 부른다. 준비한 먹을 거 나누며 “까묵아, 까묵아∼”한다.
“재작년 인가 부처님 오신 날 담날 본 게 여기 있는 거여. 누가 놓고 간 거지. 버린 거지.” “근디 영리해. 저렇게 꼬리치고 어린양 부려서 산에 오는 사람들한테 이쁨받는 거지.” 주지 스님이 들려준다. “그냥 우리랑 이렇게 어울렁더울렁 사는 거지.”
사람들이 “우리 애기, 우리 애기”하다 버리기에 유기견이다. 지난해 제주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월 350마리 수준이던 유기 동물이 휴가철이면 500마리 수준으로 증가했다. 하루 평균 17마리가 버려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북도 6∼8월 휴가철에 버려진 유기 동물 수는 2020년 26마리, 21년 56마리, 22년 210마리이다. 도내에만 유기견보호소가 무려 23곳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오는 애견시대. 800만에서 1,000만을 거쳐 지난 총선 때는 1,200만이라 한다. 발 빠르게 언론을 통해 ’반려견순찰대‘ 소식까지 전해진다. 표가 되기에 ’반려견순찰대‘라는 야광조끼를 입은 사진까지 SNS에 어느 시장은 올렸다. 보호자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를 살피며, 방범 활동하는 시민참여형 지역 봉사활동이다.
2022년 서울 강동구에서 최초로 시범 운영한 뒤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안산·과천, 대전 대덕구, 부산 9개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2,435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서울 반려견순찰대는 총 4만 8,431회 순찰을 통해 112신고 331건, 생활 위험 요소 신고 2,263건에 달했다. 최근 경기 과천시는 ’반려견순찰대를 38팀 선발했다‘는 내용까지 언론에 알렸다.
펫동물병원, 펫고등학교, 애견카페까지 대한민국 전역에 애견 사업 열풍이다. TV와 신문 지상에도 애견이 날마다 빠지지 않는 가장 뜨거운 아이템이 되었다. 네이버에 검색해도 전주시에만 애견카페는 27군데가 넘는다. 전북 도내로 확장하면 최소 50여 곳 이상이다.
“지가 사람인 줄 알아요. 두 마리 오는 녀석들은 같이 잘 노는데, 한 마리 오는 애는 잘 어울리려고 안 해요. 어떤 녀석은 구석에서 눈길도 안 줘요. 낯설어하고 그냥 울어요∼” 자주 만나는 애견카페 주인 평이다. “길거리에 아이들보다 강아지가 훨씬 많아요. 아마 지금 동네에 소아과병원 보다 펫동물병원이 더 많을걸요.” 멍멍하다.
지난 2일, 경남 밀양시 위탁 동물보호센터가 유기견 수십 마리를 ’불법 안락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밀양시장이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사과했다. 동물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유기견들은 서로가 보는 앞에서 ’안락사 약물‘을 주입받은 뒤 그대로 죽어갔다. 고통이나 공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날 사망한 유기견은 모두 37마리다. 불법이다.
우리 지역 임실 오수는 ’술 취해 잠든 주인 구한 개‘로 유명하다. 옛날에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수록된 ’의견 설화‘는 지역축제로까지 이어졌다. 올해까지 벌써 ’39회 오수의견문화제‘로 열렸다. 지금 임실에는 축제뿐 아니라, 반려견 화장장, 수목장까지 펫동물 관련 사업이 많다. 앞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하는 방향으로 미래 가능성이 큰 아이템이다.
부처님 오신 날. 며칠 전 인터넷에 ’사람보다 개 관련 파양‘이라는 정보가 많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저 놀랍다. 오래전 영화를 통해 불가에서, 파계/파양이라는 말로 섬뜩한 적이 있다. 지금은 개 관련 파양하는 방법까지 다소 충격적이기도 하다.
모악산 중인리 주차장. 강아지 한 마리가 애처롭다. 어디로 갈지 몰라 방황하는 눈빛이다. 주인이 고의로 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입양하지 말아야죠.” “아무리 양보해도, 글도 버리면 안 되지∼” 등산객들이 한마디씩 거든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파양은 아니다. 파묘(破墓)보다 더 무서운 게 파양이다.
#김정기(前 KBS전주 편성제작국장). KBS PD. 1994년 다큐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시작으로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관심이 많다. 3.1절 기획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 ‘한지’ ‘’백제의 노래‘ 등 30여 편의 다큐멘터리와 ’아침마당‘ ’6시내고향‘ 등 TV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은 오로지 전북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