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주시 완산구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옆에는 여인의 아들로 보이는 아이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부검 결과 사인은 동맥경화라는 판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빌라의 출입구에 전기요금 체납 독촉고지서가 여러 장 발견되고 방안에는 쓰레기가 널려 있는 걸로 보아 신병으로 인한 생활고를 상당 기간 겪다가 사망한 것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여인 옆에 있던 아이는 신원이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무적자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허술한 복지와 행정관리가 여실하게 드러난 사건이었다.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사회복지 대상으로 전혀 등록되지 않은 것은 40대라는 나이 때문에 보살핌 대상이 되지 못해 어디에도 기댈 수 없는 환경에 내몰렸던 것으로 보인다.
함께 발견된 아이는 생후 7~8개월 정도의 신체 상태이며 심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세밀히 조사해봐야 나이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아이와 사망한 엄마는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버려져 있다가 아이만 간신히 구조된 셈이다.
이 일에는 선진국이라고 으스대는 나라의 어두운 단면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자리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가난’의 그림자에 갇혀서 신음하는 이들이 아직도 숱하게 있을 듯하다.
특히 통상적 사회보장 범위에 들지 못하는 비정상적 혼인 관계나 어두운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은 자신을 노출할 수 없어서 음지로 숨어들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대책이 없게 된다.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거나 범법자로 처벌받을까 두려워서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바른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촘촘한 사회보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늘에서 신음하는 이들을 양지로 불러내고 끌어안는 장치가 마련되고 국가 시스템을 믿을 수 있는 정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사회보장 관련 인력을 크게 늘려 눈이 많아지고 채널을 다양화해서 어떤 사례도 사회복지 안테나에 걸리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선진국 반열에 들 수 있다. 경제 지표만 높다고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최근에 대통령의 우경화 발언이 잦아지면서 많은 이들이 염려하고 있다. 보수 정권일수록 사회복지에 더욱 신경을 쓰고 보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가진 것이 많은 보수끼리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낮고 추운 곳을 돌보지 않는 건 후진국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정책이 촘촘하게 펼쳐져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어야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 끼리끼리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생각처럼 어리석은 건 없다. 나라의 밑바탕이 무너져버리면 나라도 존재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