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ㆍ수ㆍ축협 조합장 선거제도 개정하자
농ㆍ수ㆍ축협 조합장 선거제도 개정하자
  • 신영배
  • 승인 2023.03.0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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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이 글을 쓰는 8일은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투표가 진행된 날이다. 빠르면 저녁 8시께나 늦어도 9일 자정 무렵이면 전국의 조합장 선거 당선자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에서는 132개 조합 가운데 21개 조합은 단일후보가 출마해 무투표로 이미 당선됐으며 나머지 111개 조합(농ㆍ축협 94, 산림조합 13개소, 수협 4)이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먼저 도내 132개 조합의 조합장 당선을 축하한다. 아울러 낙선한 후보들에게도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새로 취임할 조합장들에게 부탁할 일은 부여된 막강한 권한을 가장 합법적이고 능률적으로 운용해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는 조합으로 발돋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각설하고 조합장 선거는 이미 진흙탕 싸움으로 이름 지어진 지 오래다. 지난 7일에도 전라북도 선관위는 제3회전국동시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상대방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조합장 후보 A씨와 선거운동 방법을 위반한 후보 B씨를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상대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자신의 선거 공보에 게재해 전체 조합원에게 발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선거법에 정해지지 않은 인쇄물(홍보)을 다수 조합원에게 우편으로 보낸 혐의다.

두 후보 모두 법이 정한 방법 이외의 수단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처럼 선관위가 고발한 후보자들은 선거에서 당선되어도 법원의 재판 결과 법이 정한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당연히 당선 무효로 직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합장 선거에서 불거진 문제들은 이런 정도는 약과라고 할 만큼 불법 선거운동이 만연하고 작은 농촌마을에서 서로 다른 후보자들 지지 세력 사이에 갈등과 반목이 고조되는 등 사회문제로 등장할 정도다. 직설하면 조합장 선거제도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여전한 돈 선거

 

최근 조합원 수가 수천여명에 이르는 조합의 경우 조합장 선거는 ‘5() 4()’이라는 말이 세간에 알려져 있다. 이 말은 5억 원을 써야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말이다

선거 초기, 이미 김제에서는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값비싼 홍어를 조합원들에게 선물을 해서 논란이 됐다. 홍어를 받은 사람들이 자수를 하는 등 물의를 빚었던 일은 약과라고 한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돈 봉투가 전달되고 누구는 얼마를 주고 또 다른 후보는 얼마를 돌렸다는 루머와 함께 실제 사실이 섞여 그야말로 진흙탕 선거였다.

익산의 한 조합에서는 현금과 영양제를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돈을 받은 조합원이 선관위에 자수하는 일도 있었다. 불법 선거로 당선되면 곧 당선 무효 처분을 받게 되는데도 물밑에서 돈은 물론 선물을 돌리고 인사청탁을 약속하는 매표행위는 이번 선거에서도 여전히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선관위가 지난 1일까지 적발한 선거법위반사례가 20(고발 7, 수사의뢰 2, 경고 11)으로 나타났다. 그 가운데 금품제공 등 행위가 10건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전북 경찰청도 24(45)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당선권에 들 수 있는 표수를 계산해 아예 표를 사는 매표행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선거 후에 들통이 나면 받은 돈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게 되는데도 돈을 받고 표를 주는 조합원들의 수준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금품 살포가 비밀스럽게 이뤄지는 이유는 조합원 대부분이 고령자들이어서 선거 때마다 받아온 이력으로 죄의식 없이 금품을 받고 표를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여론이다. 수없이 치러온 선거에서 이미 습성화되었기 때문에 주고받는 방법도 은밀해 그만큼 적발도 어렵다고 한다.

당선되면 지역의 금고인 협동조합을 손에 쥐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위력을 과시하는 조합장이라는 매력 넘치는 자리에 앉아 호령할 수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거액을 쏟아붓는다.

특수법인인 협동조합은 특별한 비리가 나오지 않는 한 외부에서 조사하거나 감사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수족이나 다름없는 조합원을 감사로 임명해 매년 총회에서 형식적인  감사 결과 보고와 함께 결산보고를 마치면 끝이다.

조합장은 연간 억대에 이르는 급여와 업무 추진비 등 조합의 규모에 따라 쏠쏠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조합은 본소와 지소의 모든 근무자에 대한 인사권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다.

자신의 재선을 위해 임기 내내 조합원들에게 조합돈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마음을 잡아두는 일은 기본 중 기본이다. 이런 일에 충성하는 직원은 영전을 하고 조합장의 심복이 된다.

특히 비상임조합장은 몇 번이고 연임할 수 있다. 충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10선을 노리는 조합장도 있다고 한다. 부안에서는 조합장이 직업이라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몇 번이고 선거에 나설 수 있는 제도와 깜깜이 선거가 현직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현행 선거 방법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예비후보 활동기간이 없는 조합장 선거에서 현직은 임기 내내 갈아놓은 텃밭에서 그냥 과실만 거두면 된다. 외부 인사는 개별 조합원을 만날 수도 없고 본인 이외에 운동도 할 수 없으니 현역 조합장이 단연 유리한 선거다.

이런 선거의 맹점을 고치려고 국회에 선거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농수산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영향력 있는 조합장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점점 조합에서 멀어지고 조합장과 임직원들의 조합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합원 이익보다는 돈장사로 수익을 올려 점점 비대해지는 농수축협은 이미 본연의 조합원 편익은 뒷전이고 신용사업으로 돈을 버는 은행 역할에 몰두하고 있다. 조합장의 영달을 위해 조합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을 지키는 조합의 머슴으로 일하는 조합장이 되어야 한다.

제대로 봉사하고 조합원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조합장을 뽑아야 하는데 몰래 돈질을 잘하거나 평소 표 관리만 한 사람이 조합장에 재당선돼 본전의 따따블을 챙기는 악순환은 하루빨리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비후보제도 도입, 조합원 명부 공개, 토론회 개최, 홍보물 제작, 연임 제한, 배우자 등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은 무얼 하고 있는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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