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농부
거룩한 농부
  • 전주일보
  • 승인 2023.03.0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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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농부가 씨를 뿌리는 것은 

봄이 되어 뿌리는 것이 아니라
봄이여
어서 오라고 뿌리는 것이다
산을 끌어안고 있는 산 밑에 강을 바라보는 텃밭에 
농부가 씨를 뿌리면
우리는 
꽃이 피어 꽃밥을 먹고 열매가 맺어 씨밥을 먹는다
지지고 볶으면서 볼따구가 터지도록 
밥을 먹는다
농부가 씨를 뿌리면 
봄은 온다 
죽기 살기로 온다


 농사짓는 일을 하는 사람을 농부農夫라고 한다. 순우리말로는 '여름지기'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 즉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뜻은 인간이 사는 데 필요한 의식주 중 식食을 전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농부라는 것이다. 영어 페전트Peasant는 가족 단위 소규모 농업으로 자급자족할 정도의 농사를 짓는 것으로 자기가 농사지어 자기가 그 농산물을 먹고 산다는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 반대로 파머Farmer는 큰 땅이나 농장Farm을 소유한 상업적 중대 농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역사적, 지형적 조건상 상업적 중 대농보다는 소규모 농업 위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농업 종사자들은 파머가 아니고 페전트라고 할 수 있다. 농사는 상당한 숙련을 요구하는 기술이다. 땅, 작물, 날씨, 시세, 농기계 등의 폭넓은 지식과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이나 돈과 같은 기초 자본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부지런함과 체력, 농사요령이 필요하며 땅과 돈이 있더라도 지식과 근면함이 필수다. 농사를 지어 최소한 손익 분기점을 넘기려면 예상외로 오랜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갓 귀농한 사람이 첫해부터 이익을 보기 어렵다. 심지어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전 감각을 되살리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농업은 공업 못지않게 노하우와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 농사지어보니 '차라리 도시 생활이 낫다'며 역 귀향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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