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원 퇴직금과 멋진 판사님 만세!
50억 원 퇴직금과 멋진 판사님 만세!
  • 신영배
  • 승인 2023.02.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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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지난 8일 법원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곽상도 전 국회의원 아들에게 준 퇴직금 명목의 50억 원을 뇌물로 판단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판사가 뇌물로 판단하지 않은 이유는 정영학의 진술이 전문(傳聞)이어서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숱한 사건에서 전문진술보다 더 신빙성이 떨어지는 진술도 증거로 받아들여 처벌했던 법원이 갑자기 철저한 증거주의로 돌아선 듯 보이는 판결이었다. 그러면 여기서 그 신빙성 없는 진술이 어떤 것이었는지 살펴보자.

정영학 녹음파일에서 김만배 씨는 정 회계사에게 “병채 아버지(곽상도)는 돈 달라 하지, 병채 통해 며칠 전에도 2000만 원”이라고 말합니다. 또, 김 씨가 곽상도 아들 병체와 나눈 이야기도 등장한다. 김 씨가 “그래서 뭘? 아버지가 달라냐?” 곽병채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

다시 김 씨가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양 전무 보다 많으니까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 그렇게 주면 되냐?”라고 말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 대화 내용을 보면 김만배 씨가 곽상도의 아들 병채 씨와 나눈 대화를 정영학 씨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을 종합하면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김 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한 셈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곽병채와 김만배가 법정에서 이 사실을 직접 부인했으므로 들었다고 말한 내용은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본인들이야 죄를 감추기 위해 얼마든지 부인할 터인데도 본인들의 진술을 근거로 사건의 중요 증언을 무시해버린 것이다.

어린아이들도 이런 재판은 하지 않는다.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젊은 직원의 퇴직금으로 주었을 뿐 뇌물로 볼 수 없다니 기가 막힌다. 재판부도 퇴직금 명복으로 받은 50억 원이 이례적으로 큰 액수라고 인정하긴 했다. 다만, 그 돈을 곽상도가 직접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 돈이 대가성 없는 돈이라고 판단한 재판부의 뱃심이 참으로 감탄스럽다. 물론 수사를 담당한 검찰 또한 제대로 된 공소유지를 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사실상 검찰과 사법부가 대놓고 곽 전의원을 봐줬다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곽상도 전 의원은 이 사실이 밝혀지자 국민의힘에서 탈당했다가 세상의 비난이 커지자 지난 2021년 10월 2일 의원직을 사퇴를 발표했다. 그해 11월 11일 사퇴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어 국회를 떠났다. 그리고 2022년 2월 4일 구속기소 되었다.

대가성 없는 돈이었다면 왜 탈당하고 의원직까지 내놓았을까? 이런 과정에서 본인이 뇌물을 받았음을 인정한 게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세상이 다 아는 일을 재판부만 몰라서 무죄 판결을 했을까?
곽상도 씨는 1983년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 15기를 수료하여 검사로 발을 들여 2008년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장을 그만두고 2009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5개월간 일했다.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에서 당선되었고 21대에도 당선되었다. 구속되어 수사를 받다가 검사 기수로 8년 후배인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자 무죄 투쟁을 하겠다고 태도를 바꾸었다는 기사도 있다.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을 뇌물로 보지 않고 무죄를 선고하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허무감과 분노를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이 지난 9일 보도한 내용을 살펴보면 사회정의가 실종한 일을 한탄했다.

곽병채가 다닌 대학의 한 후배는 “화천대유가 대기업도 아니고 자산을 관리하는 중소기업이 어떻게 대리 퇴직금을 50억이나 챙겨주느냐?”라며 “일자리를 찾는 것조차 어려운 우리 세대에게는 허탈한 소식”이라고 했다. 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아무개(32) 씨도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것에 대해 법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웠고 이해관계가 적용된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결국은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했다.

직장인들도 퇴직금 50억을 트위터에 올리며 “올해 정말로 연말정산 환급받는다고 좋아한 사람이랑 ‘업무 스트레스 산재’로 퇴직금 50억 받고 뇌물 무죄로 나온 사람과 한 나라에 산다.”라는 글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또 댓글 가운데는 “비리 전문 검사나 비리전문 판사에게 물어봐라. 무죄가 맞다. 비리전문대학교 비리전문대학 박사들이야 대한민국 법은 썩어도 아주 썩었어. 법학공부 한 분들 중 썩은 검사, 판사들 외국으로 추방시켜라.”라는 글이 엄지를 많이 받았다.

이 재판에 따라 앞으로 뇌물죄는 유명무실한 형사법이 되었다. 제 손으로 받지 않고 법정에 나가서 뇌물을 받지 않았다고만 하면 무죄가 될 터이니 말이다. 통장에 뇌물을 받거나 직접 제 손으로 받지만 않으면 다 증거불충분 아니겠는가?

그동안 전문 증거는 고사하고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에 숱한 사람들이 유죄판결을 받아왔다. 억지 자백으로 죄를 뒤집어 씌운 일도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데 본인이 뇌물 문제가 불거지자 자진해서 탈당과 의원직 사퇴까지 한 후 구속기소된 사람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하다니…

앞에 나온 청년들의 말처럼 대한민국의 법은 썩은 것일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법조계의 진리(眞理)를 실감한 지난주였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본인이 인정했던 50억 원 뇌물을 무죄로 털어버리다니, 정말 대단한 배짱(뱃구리)을 지닌 판사님이다.
 
이런 세상이 오래 이어진다면 앞으로 대법관까지 승승장구하실 거라고 믿고 싶다. 앞으로도 이번처럼 멋진(?) 판결을 해주실 판사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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