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나라는 제멋대로
튀르키예 지진, 나라는 제멋대로
  • 김규원
  • 승인 2023.02.12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지난주 최대의 관심사는 튀르키예(터키) 지진일 것이다. 지난 6일 한밤중에 발생한 지진은 잠든 사람들이 잠든 시간이어서 많은 사상자를 냈다. 진도 7.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고 진도 4 이상의 여진이 18회나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3개의 지진 판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지난해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의 1천배 규모라고 한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26천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 이번 지진의 피해 규모는 아직도 사상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00년 이상된 옛 성()이 무너지고 숱한 유물이 파괴된 이번 지진으로 최소 600조 원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10개 도시에서 약 1,700채의 건물이 부서졌다. 세계 각국에서 구조대와 구호 물품이 보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구조대를 급파해 살아있는 사람들을 구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세계의 언론들은 앞다투어 튀르키예 재난 현장을 조명하면서 건물 잔해에서 구조된 이들의 기사를 싣고 있다. 건물이 폭발하듯 주저앉는 영상이 보도되고 처참한 잔해 속에서 수습되는 시신들의 모습도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이런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은 지구를 둘러싼 여러 조각의 거대한 판을 이룬 땅덩어리가 움직이는 과정에 이웃 판과 물려있던 자리가 튕기듯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비교적 지진이 적은 것은 이러한 큰판이 맞물린 자리(단층)와 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직도 건물 잔해에 매몰된 사람들을 꺼내지 못한 재난 현장은 처참하고 피해 주민들은 지낼 곳이 없어서 임시 거처에 수용되어 가족들의 생사조차 파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천 공항에도 우리 국민이 보내는 구호 물품이 착착 도착하고 있다.

튀르키예 공화국은 우리가 알던 터키이다. 우리가 알던 터키(Turkey)는 영어식 이름으로 칠면조를 뜻하는 말이고 겁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숨어있어서 튀르크 인의 땅이라는 뜻을 가진 튀르키예(Turkiye)’로 공식 국가 명칭을 바꾸었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지난 2일 경찰청 인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행정 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데 반대하여 모였던 총경들이 모두 좌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7월 류삼영 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주도는 모임에 참석한 54명 가운데 40명이 좌천되었고 나머지는 퇴직 예정자라고 한다.

좌천한 총경 가운데 23명은 한 직급 낮은 경정이나 초임 총경이 맡는 자리에 발령했다. 경찰서장이었던 사람들을 상황실에 배치하거나 두 직급 낮은 경감 자리에 보내기도 했다. 이 일을 두고 경찰의 한 간부는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면 어떤 일을 당하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은 또, 검찰에 대응하여 맞서왔던 경찰청 수사구조 개혁팀을 수사기획조정 담당관실 산하로 수사구조개혁계로 격을 낮추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검찰에 대드는 경찰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서운 일이다.

그런가 하면 국민의힘 당 대표 선출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나경원의 출마를 막아 김기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더니,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를 정식으로 나무라며 견제를 시작했다. 그럴거면 아예 당 대표를 지명하는 제도를 만들 일이다.

안철수 후보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기현 후보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김기현 후보 후원회장이던 신평 변호사가 안철수가 당 대표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고 협박하더니 이번에는 김기현 후보가 안철수가 당 대표되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능성 있다고 했습니다.”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정신상태 길래 저런 망상을 할까요? 안철수가 그렇게 두렵습니까?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적었다.

이에 김기현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소통에 대해 전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주고 받고 만나기도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긴밀하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는다.” “당 대표가 누군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당이 호흡을 맞춰 일을 잘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대통령의 의중에 자신이 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뜻대로 국민의힘이 재편되지 않으면 창당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도 슬슬 퍼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알아서 김기현을 뽑지 않으면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져 여당이 되고 국민의힘은 야당이 될 수도 있다는 협박 같은 루머다.

그리고 지난주 최대의 화제는 법원이 곽상도 아들에게 퇴직금 50억 원을 준 일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부분이었다. 뇌물이라는 증거로 제시된 증언들이 직접 말한 당사자가 아닌 전언(傳言) 증거이므로 증거 효력이 없다는 해괴한 판결이었다.

30대인 곽상도 아들이 독립생활을 하고 있으므로 곽상도와 공동경제를 형성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는 이상한 이유도 있다. 온 국민이 분노하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법원은 아무런 답변도 없다. 법원공보판사는 개별 재판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답변으로 슬그머니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

앞으로 수십억 뇌물도 가족을 통해 전달하면 뇌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판례가 나온 셈이다. 버스 기사가 정산에서 800원을 누락시켰다 해서 횡령으로 파면한 일을 정당하다고 판결한 법원이 50억 원을 퇴직금 형식으로 전달한 일에 무죄를 선고한 일로 국민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윤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여 당선한 이후, 이 나라는 공정과 상식이 실종한 나라로 변하고 있다. 그야말로 엿장수 맘대로인 나라로 변했다. 그런 일들이 옳은지 판단할 법원조차 맘대로 재판으로 물을 흐리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