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속에서 생각하는 정치개혁
코로나 확진 속에서 생각하는 정치개혁
  • 김규원
  • 승인 2023.01.29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설날 전후하여 매섭게 몰아친 추위가 아직도 추운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만, 일기예보를 보면 그래도 조금씩 풀려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북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영하 17기온도 보였어도 세월을 따라 흐르는 봄기운은 막지 못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 추세에 난동(暖冬)을 기대한 우리에게 이번 한파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북극권 찬 공기라는 점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다시 일깨운 것이었다. 중국은 영하 53를 기록했다니 우리 추위는 비교할 바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설날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세배도 받지 않고 있었는데 몸이 찌뿌듯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어려웠다. 자꾸만 생각이 멍-해지고 뭔가 이상했다.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어 두 차례 검사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더니, 세 번 만에 짙고 붉은 보라색으로 반응이 나타났다.

병원에 찾아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약을 받아와 7일 격리 지료를 시작했다. 심하지 않으니 잘 먹고 약을 제대로 챙겨 먹으면 나을 거라는 진단 결과에 안도하며 격리 3일 차를 보내고 있다. 모든 감각이 먼지 낀 유리창 너머의 일처럼 애매하고 흐릿하다.

눈으로 보는 감각, 귀에 들리는 소리, 머리 속에서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아련한 듯 애매하다. 입맛도 거의 달아나 맛을 모르겠다. 이런 몸으로 지난 한 주일을 떠올려 보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도 월요일 아침에 지난 한 주일을 돌아보는 일을 멈출 수는 없으니 묵은 뉴스를 뒤적거려볼 밖에. 포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기사가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초청 강연 뉴스였다.

어떤 대통령이 당 대표에 못 나오도록 이렇게 극심하게 총기 난사를 하나라며 나도 정치를 오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과 함께 그의 강연 모습이 담긴 뉴스였다.

나경원 전 의원에게 주어졌던 저출산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자리는 위원들이 장관급이고 위원장은 대통령이라고 한다. 장관급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주었으면 가만히 앉아서 주는 돈이나 받아먹고 있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 전 의원이 슬금슬금 당원 교육장을 누비며 개인 인기를 저울질하고 당 대표 선거에 관심을 보이자 대통령이 크게 진노했다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당대표는 이미 점지해두고 있는데 누가 감히 거스르고 선거에 나서려는가 하는 의미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해당 기사에서 박 전 원장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까지 공천에서 칼질 당한 사람들이 이준석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과 보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이 보수 신당이 오히려 보수당의 제1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보수 진영이 윤 대통령의 황태자로 한동훈 법무장관을 키우고 있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 시장, 원희룔 장관, 안철수 의원이 그대로 있겠나. 또 한 번 보수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 대표 출마를 두고 대통령이 이처럼 관심을 갖는 일에도 많은 추측이 뒤따른다. 대통령이 원하는 김기현 대표 체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김 여사의 의중이 제대로 먹히는 대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다.

국민의힘 공천에 당에 대한 기여도나 충성도에 앞서 대통령의 의중이 좌지우지하게 될 거라는 말이다. 결국 정부와 국회마저 대통령 수중에 넣어 맘대로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릴지 보는 마음이 답답한데 거기에 더하여 얼마나 더 힘을 쓰겠다는 심사인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취임 후에 단 한 차례도 야당과는 접촉하지 않았다. 야당이고 국민이고 쳐다보지 않으면서 말로는 오로지 국민이라니 어쩔꼬.

대통령이 취임 후에 줄기차게 말하던 자유는 누구를 위한 누구의 자유였을까? 당 대표에 자기 의중의 사람을 앉히기 위해 당의 중진 4선 의원을 사정없이 몰아붙여 당 대표 출마 포기 선언을 하게 만드는 게 바로 윤석열 표 자유인지 궁금하다.

하긴 국민의힘은 이러한 대통령의 마이웨이에 이견을 달아서도 안 될 형편이다.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 당을 송두리째 내주었으니 이런 상황은 감내할 각오가 있었을 터이다. 이제와서 너무하다고 원망도 할 수 없으니 그저 냉가슴 앓듯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앞에 박지원 전 원장의 전망대로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마찰을 빚으면서 점차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동안 주류였던 사람들이 공천에서 밀리게 되고 권력에서 멀어지게 되면 딴 보따리를 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윤 대통령과 주변의 시각은 기성 정치인들 대부분이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셍각을 갖고 추진하는 일일 수도 있다. 그동안 정치판이 늘 흐느적거리며 살아남는 데에 주력할 뿐, 정치다운 정치를 하지 못했던 점도 있다.

보수 정치세력 내부에서 새로운 정치를 생각하고 판을 갈아엎는 시도가 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그런 개혁보다는 대통령 주변의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고 굳건히 하기위해 나오는 조치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분명한 건 여야 정치판도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적당히 대립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해와 맞물린 법안에만 신경쓰고 이익을 챙기는 일에만 주력해온 정치권이다. 국민은 모든 상황을 다 지켜보며 나름 평가하고 있다.

그 출발이 윤 대통령이든 국민의힘 내부이든 고쳐야 할 것을 얼른 고치고 나라 정치가 제대로 돌아가야 한다. 말만 앞세우는 국민이 아닌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치가 새해에는 꽃망울이라도 맺어지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