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
손과 발
  • 전주일보
  • 승인 2023.01.15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손바닥에 손금이 남았다는 것은
해야 할 일들을 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지 않았다는 것은
세상의 길을 대충대충 걸어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거친 땅에서 고단한 땀을 흘리리라

보라
소나무의 단단한 옹이와 대나무의 굵은 마디를
옹이가 단단한 것은 
비바람 눈보라를 견뎌낸 것이고
마디가 굵은 것은 
삶의 마디마디 호흡을 가다듬었기 때문이다

손과 발의 진정한 수고가 있을 때 삶은 빛난다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신체 부위가 손과 발이다. 손과 발은 기능과 역할이 다르지만, 주인에게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 있다. 그러나 손과 발은 서로 만날 기회가 드물다. 칠월 칠석날 만나는 견우와 직녀 사이에는 오작교烏鵲橋라도 있지만, 손과 발 사이엔 그런 다리조차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손과 발은 서먹서먹한 사이 같아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물건을 손에 들고 어디에 옮길 때 손과 발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손과 발의 서열을 따지자면 손이 발보다 위에 있다. 아마 손이 발보다 심장에서 가까워서 그렇지 않나 짐작한다. 또한 ‘손발’ 또는 ‘수족手足'이라고 말하지만 ‘발손’ 또는 ‘족수足手’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도 이유가 되겠다. 사실 손과 발은 따로따로 일하기도 하지만 둘이 힘을 합쳐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경우가 많다. 둘이면서 하나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손과 발은 결코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만약 혼자만의 생각으로 움직이면 금세 균형을 잃거나 제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우리는 모두가 손이요 발이다. 배가 산으로 가려고 할 때 손과 발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손과 발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조화롭고 슬기로운 모두가 되어야 한다. 몸체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손과 발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