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주일에 본 세상사
새해 첫 주일에 본 세상사
  • 김규원
  • 승인 2023.01.08 12: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꽁꽁 얼어붙던 날씨가 풀리는가 했더니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온이란다. 1월 한 달은 평년 기온의 5~6도가 높아질 거라는 기상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추위에 떨기보다는 따뜻해져서 나쁠 게 없지만, 정상 기온 변화가 아닌 이상기온의 징후라니 찜찜하다.

그런데 기후만 이상한 게 아니다. 나라 정치가 이상하게 흘러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2023년이 시작되어 첫 주일을 보냈을 뿐인데, 세상은 자꾸만 뒤로 가는 듯 낯설어지는 느낌이다.

살면서 이런 기분이 든 건 처음이다.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뒷걸음질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 불과 7개월 만에 20년쯤 뒤로 돌아간 대한민국이라니 이게 무슨 변고인지 알 수 없다. 어떤 언론 보도는 눈 떠보니 어느덧 후진국이라는 표현도 내놨다.

자본가와 기업인, 부자들이 잘살고 편한 세상이 되어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논리로 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꾸는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수출이 부진하고 세수도 적게 걷힐 게 뻔한데 법인세를 줄이고 부자들의 상속세도 줄였다.

한겨레는 지난해 1214일 치 신문에서 재벌들 사이에서는 친기업을 표방한 현 정부의 재벌규제 완화 기조에 살판났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와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습니다. 재벌 오너가들 에서는 미뤄뒀던 3·4세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10대 그룹 법무팀의 한 고위 임원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귀족노조라는 이름으로 노조를 몰아세워 노조가 약화하면 좋아하는 건 기업이다. 노조와 임금협상도 쉬워지거나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 법인세를 5년간 20조 원 깎아주고 국회 짬짜미로 반도체 세제 지원법도 통과됐다.

이래저래 세금이 적게 걷히고 수입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복지예산이 줄어든다. 서민층은 경기 침체 속에 서푼 벌이도 어렵게 되고 정부 지원도 줄어드는 이중고에 힘들 수밖에 없다. 부자는 배 터지고 서민들은 배고픈 전형적인 후진국으로 역주행이 시작될 수 있다.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는 일이 가난한 사람을 돕는 방법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대통령의 생각에서 나왔다는 게 놀랍다. 이명박 시대에 복지예산까지 훑어 4대강 사업을 벌여 건설업계를 살찌우던 그 역주행 트라우마가 다시 닥친 느낌이다.

지난 5일에는 윤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교육 경쟁 문제와 교과서에 대해 무려 43분간 의견을 설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모두 발언 15분과 마무리 발언 28분을 통해 의견을 쏟아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였다는 게 중평이다.

그날 모두 발언에서 교육이라고 하는 것을 하나의 서비스라고 보고, 용역이라고 보고, 그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 제도상 보장이 돼야만 이런 교육에 있어서의 다양성이 보장된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가가 독점교육을 할 게 아니라 다양한 교육 형태로 만들어 시장경쟁을 유도해야 경쟁력이 키워진다는 의미의 발언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미 과잉 경쟁국으로 평가되어 세계의 전문가들이 걱정하는 형편이다.

또 고등학교 과정을 고등교육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교과서 문제에서도 단 한 번도 교과서를 본적이 없어서 알지 못하는 일인데도 교과서에 자신의 의견을 적을 수 있어야 한다는 등 의견을 내놓았다가 마치 별나라에서 막 오신 분 같다.”라는 교사 모임의 지적을 들었다.

요즘 국어 교과서에는 시를 창작하고 패러디하며 그걸로 토론하는 수준이라며 현장에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또 역사 교과서 등은 시청각 다큐 영상을 보며 교육하고 시청을 넘어 학생들이 UCC 등을 직접 제작하는 경험도 한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대통령의 발언이 중계되는 TV를 보고 법 외에는 아는 게 없는 것 같다.”라고 걱정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기가 막히는 일은 그런 터무니 없는 의견과 지시를 교육부 간부들은 열심히 받아적더라는 이야기였다.

종합하면 곳곳에서 그저 생각나는 대로 의견을 말하고 지시하면 아랫사람들은 어떤 제언이나 의견조차 내지 않고 시행하는 데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무조건 라고 대답하고 시행하는 절대군주 아래 신하들처럼 움직이는 모양이다.

이런 일방적 지시에 의견조차 내지 못하는 예스 맨만 있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누구든 모든 방면에 무불통지(無不通知)일 수는 없다. 알아도 모르는 척 물어가며 지시하고 의견을 듣는 현명한 지휘관이 좋은 지휘자이다.

어떤 학생의 말처럼 법만 아는지 모르지만, 알지 못하는 일에는 물어서 좋은 방향을 토론하고 최상의 방안을 도출하는 민주적인 사고가 나라를 바로 이끄는 방법일 것이다. 불쑥불쑥 내는 의견과 지시가 오류를 거듭하다 보면 나라가 어디로 갈지 모른다.

새해 첫 주일에 본 언론 기사들은 한결같이 이런 일방적 지시와 그에 대해 한마디 이견도 말하지 못하는 부처 간부들의 태도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라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방향타를 잡은 선장은 제멋대로 이고 선원들은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야당이 지적하는 말은 전혀 듣지 않고 여당에서는 대통령실의 일에는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전에는 걸핏하면 목소리를 내던 원로라는 이들도 입을 닫고 조용하다. 찍소리도 없으니 잘하고 있나 보다 생각할 수도 있다.

새해 첫 주일의 소회가 이러하니 앞으로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들이 터질지 궁금하고 걱정이다. 토끼의 해 계묘년이니 교토삼굴(狡免三窟), 영악하게 굴 구멍을 세 개 만들어 도망칠 궁리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