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방해만 문제일까?
경선 방해만 문제일까?
  • 신영배
  • 승인 2022.12.2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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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부인과 비서실장 등 측근 공무원들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에 민주당 입당원서를 무더기로 유출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당내 경선을 방해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그동안 말로만 무성했던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 당원모집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이번에 기소된 내용을 보면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지 않고 지극히 일부 드러난 사실만 적발해 재판에 넘겨졌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다시 말하면 봐주기 수사이고 형식적인, 드러난 사실을 송두리째 덮을 수 없으므로 표면화된 내용으로만 기소했다는 여론이다. 삼척동자도 알만한 윗선 개입을 드러난 사실이 없다며 조사하지 않은 일은 적어도 윤석열 정권 들어서는 이제까지 없었다.

솔직히 이번 경선개입 사건은 수사 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 권리당원 불법 모집(당비 대납 등)에 대한 배후와 그 내력을 얼마든지 밝힐 수 있다고 본다. 국민 주권을 농락하는 당원 확보 등 선거 여론 조작 범죄는 마땅히 뿌리 뽑아야 한다.

사실 호남에서 민주당 내 경선 승리는 국회의원, 지방선거 가릴 것 없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본 선거에서의 당선을 의미한다. 이러한 이유로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과 측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리당원 모집에 열중한다.

민주당 경선 제도는 당원 가입 후 1년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했을 경우 권리당원의 자격을 획득한다. 권리당원은 여론조사는 물론 경선 때 투표에 참여한다. 즉 자신을 지지하는 권리당원 수가 많은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구도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을 비롯해 도지사, 지방의원, 시장·군수 가릴 것 없이 권리당원 모집에만 총력을 기울인다. 물론 정상적인 방법으로 당원을 모집하는 행위는 합법적이다. 그러나 공직자를 활용하거나 체육회나 자원봉사센터 등 지원하는 단체를 통해 당원을 모집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번 사례의 경우 가족과 주변 사람, 부하직원을 동원해 모집한 민주당 입당원서를 전라북도가 지원하는 기관인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로 유출했다. 물론 당원 입당원서는 개인정보 보호 차원과 공정한 경선을 위해 민주당 전북도당에서만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공무원 등이 수집한 당원 명단을 데이터로 정리한 뒤 임의로 권리당원으로 등록한 후 당비를 대납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비는 1천원 이상으로 비교적 저렴해 후보자 가족이나 측근들이 대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당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전라북도와 용역계약을 맺거나 관급자재를 납품하는 업자들도 나서 업체당 수백 명씩의 당원을 모집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데도 이 대목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컨대 업체의 경우 수백 명씩 당원을 모집한 후 당비를 대납했다면 반드시 해당 후보에게 대가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결국 용역 및 관급자재 입찰 비리로 이어지는 건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수년간 상향식 공천이라는 제도의 허점으로 곳곳에서 악용되어왔을 가능성이 많다. 경선에 나서는 후보들 또한 당선을 위해 당원모집에만 열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다수의 공무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간부 공무원이 관리하던 민주당 입당원서가 경찰에 의해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 실제 수사를 확대하면 상당한 선거 개입 사례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즉 물밑에 숨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실체는 놔두고 빙산의 드러난 부분만 수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라북도가 직간접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출연기관과 봉사단체, 공무직 노조원, 청원경찰 등이 불법 당원모집에 동참했다는 풍문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이번 수사에서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 부인과 측근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경선에 개입하려 했는데도 최고 책임자인 송 전 지사는 아예 수사 대상에 오르지도 않은 것이다.

이 일을 송 전 지사가 몰랐다는 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부인과 수족(手足)처럼 옆을 지키는 비서들이 직접 나서서 일을 저질렀는데, 남편이 모르고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을 몰랐다면 그 말을 누가 믿을 것인가?

법원에 기소된 전·현직 전라북도 공무원 중에는 3명의 전 도지사 비서실장을 포함해 전 공보실 및 자원봉사센터 간부 등 송하진 전 도지사 측근 중의 측근들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 그런데도 송 전 지사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대놓고 봐준 것이다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사건의 겉모양만 보아도 이런 사례가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는 짐작을 할 수 있고 상당 기간 관행처럼 행해졌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다시 말하면 우리 도민들은 참정권이 침탈당하는 줄도 모르고 바보처럼 살았다는 말이 된다.

이 모든 원인이 바로 상향식 공천이라는 민주당의 공천방식에 있다. 민의가 왜곡되고 물밑에서 불법이 자행되어도 도민들은 겉에 드러난 여론에 휩쓸려 내 소중한 표를 주게 되는 민심 왜곡이 여러 선거에서 자행되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민주당은 민의가 왜곡되고 참정권을 훔치는 도둑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상향식 공천방식을 고쳐서 100% 시민 여론을 반영한다면 이런 조직적 장난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여론조사 1등과 2등에 대한 득표 가중치에 중앙당의 심사 기준 점수를 합산해 후보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더불어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지극히 형식적이라는 여론을 무시하지 말고 미흡한 부분을 철저히 수사해 도민들의 의혹을 풀어주어야 한다. 도민들은 터무니없는 이번 사건의 수사와 기소 결과를 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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